[정철승 칼럼] 친일청산
- 칼럼 / 정철승 변호사 / 2022-11-12 13: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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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 |
위 형사고소에 대하여 경찰은 2021. 8월 "명예훼손 혐의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는데, 검찰은 1년 가까이 사건처리를 미뤄오다 2022. 7월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의 위 무혐의 처분에 따라 오늘 법원 역시 1년 9개월만에 원고들(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저는 2019. 3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거물친일파 이해승 후손과 국가 사이에 벌어진 친일재산 환수소송 항소심에서 판사들에게 이렇게 호소하였으나 판사들은 냉담하게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늘 윤서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당시 느꼈던 분노와 개탄의 심정을 소환하였습니다.
"반민족규명법에 의해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공식 발표한 자들은 기실은 외세와 야합해서 조국과 동족을 해친 “반역자”들 입니다. 피고의 조부인 이해승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반역자로서 1948년 반민특위가 출범한 직후에 체포되었다가 친일파의 반격으로 반민특위가 해체됨으로써 구사일상으로 풀려났던 자입니다.
외세와 합세하여 조국을 배반하고 동족을 해친 자는 다시는 그런 해악을 끼치지 못하도록 신속하고 영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문명국가의 기본원칙입니다. 우리나라도 위와 같은 원칙이 관철되었다면 이해승은 해방 직후에 전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에 처해졌을 것임이 불을 보듯 분명합니다.
이해승의 후손인 피고는 구차하게도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이 이해승의 친일행각과 무관한 것이라는 변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무려 35년 동안 “친일파 수괴”를 자처할 정도로 극단적인 반역행각을 일삼으며 일제로부터 온갖 이권과 특혜 그리고 권력의 비호를 받아 치부한 이해승의 막대한 재산 중 친일과 무관한 재산을 구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고, 그렇게 구분해야 할 특단의 사정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수 없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일제에 맞서 항거하다가 목숨을 잃고 멸문지화를 당하였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 나라의 민중들이 일제에게 재산과 신체를 수탈 당하였으나, 이러한 국가의 암흑기를 이해승같은 반역자들은 막대한 부귀와 권세를 누리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반면, 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생명과 재산을 모두 바친 수많은 독립운동가 애국자들의 후손들은 해방 후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온전히 교육조차 받지 못하여 남루하고 빈곤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후손들 중 누구도 독립운동에 몸 바친 선조들이나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은 나라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애국자,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부와 권세를 누리던 반역자들이 해방 후에도 여전히 호의호식하며 오히려 더욱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심지어 애국자들이 목숨을 던져가며 되찾은 이 나라의 사법부가 이 나라를 외적에게 팔아 넘기려했던 반역자 후손들의 편이 되어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볼 때 입니다.
법 질서와 사법부도 국가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사법부가 그 국가를 외적에게 팔아치우고 망하게 했던 자들이 강변하는 억울함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농하는 교활한 말장난에 현혹되어 그들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는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울분이 치밀어 올라 돌바닥에 머리라도 짓찧고 싶은 심정입니다.
2010. 5월 말 이해승 재산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국가귀속결정 취소판결과, 같은 해 10월경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은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판결이었습니다.
그때 사법부가 온전한 법리와 건전한 상식에 따라 법과 정의의 원칙에 충실하게 판결을 내렸다면, 지난 수 년 동안 수 많은 국민들이 재심을 요구하며 정부와 사법부를 규탄하고, 국회가 헛되어 역량을 소모하면서 법 개정을 하고, 재차 이 사건 재판을 하는 통탄스러운 사회적 물의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건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선고되든, 대표적인 반역자 이해승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내려지게 될 것입니다. 사법부가 국가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주지 못한다면 국민이 끝까지 요구하여 국회와 정부를 통해 그 정의를 실현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일은 사법부의 신성한 사명입니다. 모쪼록 이번만은 국가의 독립과 존속을 위해 사법부가 마땅히 선언해야 하는 준엄한 역사의 정의를 부디 외면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법원과 검찰이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에 대하여 평범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역사 인식과 역사적 정의감과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는 비단 법원과 검찰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윤서인은 지난 1년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단체인 광복회가 혼란스러웠고 김원웅 광복회장님이 지병으로 작고하시는 등 불상사가 많았던 사정때문에 요행히 민,형사적 처벌을 모면했던 것입니다. 원래는 광복회를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윤서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으나 어수선한 일들때문에 윤서인같은 사소한 일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저는 윤서인을 20년 동안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윤서인을 응징하기 위한 조치는 가장 우선적인 일로 정해두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상징적인 사례로서 윤서인에 대한 응징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새삼스럽지만 약속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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