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숙의 세상돋보기] 언제까지 대통령부부의 역할극을 지켜봐야 하나

칼럼 / 강미숙 / 2022-12-30 03: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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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칼럼] 강미숙 소셜칼럼리스트=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다신 안 그러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려는 욕심이 과해 다음에 또 그러면 가만 안 둔다는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엄마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에 처음부터 그렇게 협박하듯 말하지는 않는다.

 

자식들이 성장하면 괴로웠던 일도 다 웃으며 추억으로 남지만 미운 네 살, 미친 일곱 살 무렵에는 얼르고 달래도 안 되고 눈에 힘주고 야단쳐도 안 되고 으름장을 놓아도 안 되면 마지막에 “또 그러면 가만 안 둘거야” 카드를 내민다. 하지만 자식을 가만 안두면 어쩔 텐가. 엄마 자신도 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도 처음부터 얼르고 달래는 것부터 다시 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을 위로한다. 오죽하면 내가 그러겠니 오죽하면.

요새 딱 그런 심정이다. 미운 네 살, 미친 일곱 살짜리를 대통령 부부로 앉혀놓고 매일매일 기상천외한 말썽을 속절없이 지켜보는 심정이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저 정도는 애교로 봐주지 하다가도 이건 아니잖아 하며 으름장도 놓고, 소리도 지르고, 마음 같아서는 손바닥으로 등짝을 후려치고도 싶고, 어디 저 시골에 가서 싸리나무 한 다발 잘라다 하나하나 다 부러질 때까지 종아리를 내려치고도 싶고, 다 현명치 못한 내 탓이니 내 다리를 맘껏 쳐라 하고도 싶고, 비오는 날 먼지나듯 흠씬 두들겨 패주고도 싶고.

자식한테도 마찬가지다. 그런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불끈거려도 내 자식이기에 다 참는 것 아닌가. 아이를 설득하는 방법은 화를 누르고 발버둥치는 아이들을 가만히 안아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안다. 처음부터 그러면 좋겠지만 엄마도 사람이기에 이것저것 다 해보다 지쳐서 아이를 안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하고 우는 것이다. 결국 치를만큼 치러야 깨닫는 법이다. 나는 두 아이가 유순한 편이어서 그런 종류의 마음고생까지는 안했지만 도찐개찐 자식 키우는 건 다 거기서거기다.

아이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건 손 안에 그 자신의 미래라는 단추를 쥐고 있고 미운 네 살, 미친 일곱살 대통령 부부를 더 다그치지 않는 것은 합법적으로 선출되었기에 권력과 그보다 더 무서운 국군통수권이라는 단추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점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어떻게든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식은 바꾸거나 포기할 수 없지만 대통령 부부는 바꾸거나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무인 정찰기 다섯 대가 서울 상공을 5시간 넘게 촬영했음에도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원주공항에서 출격한 전투기는 초등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추락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새 떼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출동하고 풍선을 보고 오인 출동했다고 한다. 시쳇말로 당나라 군대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며 군통제시스템을 해체한 결과이니 놀랄 것도 없다.

 

그럼에도 고매하신 교수님들께서 점잖게 훈수를 두신 과이불개를 시전이라도 하듯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돌아보기는커녕 확전을 불사한다고 말하고 한술더떠 핵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곤 자신들은 송년회를 즐겼단다. 사이코패스이자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교수님들은 네 글자가 아니라 여덟 글자를 지적했어야 하는 것이다. 과이불개만 말할 것이 아니라 과이불개 시위과의, 즉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진짜 잘못이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그들 자신들에게 해야 할 말이다. 잘못하는 걸 지켜보고도 지적하지 않는 우리가 잘못이다, 무서워서 말을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이다.

너도나도 무서워서 말 못하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며 말 안하고 심지어 국회의원들도 조국처럼 윤미향처럼 이재명처럼 당할까 봐 무서워서 말 못하는 사이 미운 네 살 여아와 미친 일곱 살 남아는 오직 오기로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핵무기를 들고 어른들을 위협하는 만화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지난 대선 유세 때 문재인과 이재명을 향해 “무식한 삼류 바보들을 데려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다 망쳐놨다. 같잖다”고 말해도 뽑아주었으니 무엇이 두렵겠는가.

이제 그 말을 그에게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식한 삼류 바보들을 데려다 놓은 바람에 국민을 이리저리 갈라치기하고 노동자인 국민을 북핵으로 취급하고 야당은 같잖은 바보, 파렴치한 범죄인 취급하고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다 망치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나. 다 양보해서 국제적으로 조롱받아도 좋고 경제가 망해도 좋다 치자. 전쟁만큼은 용서 못하겠다. 가뜩이나 군에 자식 보낸 부모들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막연한 불안에 시달렸는데 핵도 두려워하지 말고 확전을 불사하라니, 하루라도 편히 잠이 오겠는가 말이다.

이미 북한은 최첨단장비로 무장한 군사대국 대한민국의 군대가 얼마나 오합지졸인지 다 확인했다. 대통령 놀이에 심취한 부부의 비위를 맞추느라 갈가리 찢겨 흩어진 국방부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계산이 끝났을 것이다. 무인정찰기 하나 대응하지도 못하는, 가짜뉴스로 전 정부 탓이나 하는 대통령에게 합참도 그 누구도 반기드는 사람 없는데 더 이상 누구 눈치를 보겠는가. 이제 그들은 마음대로 대한민국을 손바닥에 놓고 장난칠 게 뻔하다.

학교 친구가 발 걸어 넘어뜨렸다고 병신같이 당하고 있냐 자식도 혼내고 조폭을 보내 정신이 번쩍 들도록 흠씬 패주라고 지시하고 자기는 파티를 즐기는 부모, 그게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일급 기밀일 게 분명한 국방부를 내쫓고 대통령 놀이를 하겠다는데도 죽을 각오로 나서서 말하는 군인 하나 없고 최종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확전을 불사하라고 하는데 머리풀고 석고대죄하는 군인이나 관료가 없다는 거다. 북한이 정찰하는 시간에 개나 쳐다보고 있는 꼴이라니.

나야 하루하루 콩나물 값이나 따지며 사는 소시민이지만 그만한 기개도 없는 군인이라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오합지졸인 게 대한민국 군대라면 더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군인정신이고 뭐고 오직 자리보전에만 관심있는 군인이라면, 그게 이 나라 지식인들이고 국회의원이라면 나같이 힘없는 서민들은 누굴 믿고 사나.
 

  ▲ 강미숙 소셜칼럼리스트.

우리집은 원주공항에서 출격하는 전투기들이 오가는 항로와 가까워 무지해서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전투기 비슷한 게 날아가는 걸 심심찮게 보고 툭하면 헬기 훈련소리로 꽤 오랜시간 소음이 따르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무척 조용해졌다. 그런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천만 명의 운명을 쥐고 철딱서니 없는 대통령 놀이에 심취한 미운 네 살, 미친 일곱 살 대통령 부부를 대관절 언제까지 지켜보며 살아야 하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살기엔 끓는 솥단지 안의 개구리 같아서 뭘 해도 즐겁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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