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반려동물, 법 앞에서는 여전히 '무생물' 취급?
- 펫 / 박혜성 / 2017-03-06 15:04:27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무생물과 같은 개인사유재산으로 구분
(이슈타임)김담희 기자=지난 2015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한 남성이 강아지를 트럭 뒤에 매단 채 1.5km를 빠른 속도로 주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트럭에 끌려간 개는 다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등 끔찍한 부상을 입었고, 동물구호요원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항소 법원은 가해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대구의 한 반려견주가 자신의 강아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양쪽 눈이 실명되고 왼쪽 골반뼈 골절, 꼬리뼈 골절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로 구조된 강아지는 현행 동물보호법 때문에 3일간 격리된 후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야 했다. 또한 주인은 동물보호단의 민원으로 소유권 포기각서를 쓰는 것 외에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렇듯 외국과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반려동물들이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강력하게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개와 고양이 등 척추동물을 죽이거나 폭력으로 고통과 괴로움을 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영국에서는 동물 학대에 대해 최고 1년의 징역과 4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도 최근 FBI가 동물 관련 범죄를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내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법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고의로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이 명시돼 있지만 동물 학대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낮은 벌금형에서 사건이 끝나곤 한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오랜 시간동안 동물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 굶어죽기 직전에 이르더라도 동물이 죽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 차에 강아지를 매달고 시속 80㎞로 달린 '악마 에쿠스' 사건의 가해자도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해 무혐의 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검찰청의 자료를 보면 2015년 동물학대 신고건수는 291건이지만 실제 기소된 사건은 115건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동물 학대 사건은 오히려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56건이던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 접수 건수는 2016년 291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고, 검거 인원도 2012년 138명에서 210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 '올드 잉글리시 쉽독 무단 취식 사건'으로 10년 동안 키운 반려견을 잃은 피해자는 '현재 국내 동물보호법에는 동물들을 무생물과 같은 개인사유재산으로 구분해 학대받더라도 타인이 구하지 못한다'며 '가족 같은 한 생명이 죽었는데 경제적 가치만 따지는 법은 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5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려동물 인구와 관련 산업의 성장에 비해 동물의 생명을 지켜주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모호한 법적 기준과 인식 부족으로 동물 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은 대구에서 주인에게 폭행 당해 실명된 강아지(좌)와 전북 익산 반려견 무단 취식 사건으로 희생된 올드 잉글리시 쉽독(우).[사진=동물자유연대, 부산피부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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