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집 에서 6t분량 악취나는 쓰레기 쌓여있어…이웃주민 함께 청소

경제/산업 / 김담희 / 2016-06-21 17: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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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다시는 집을 이렇게 더럽히지 않겠다" 감사의 말 전해
저장강박증을 겪고 있는 절도범의 집을 이웃주민들이 함께 나서 2시간여 만에 청소를 끝마쳤다.[사진=연합뉴스]


(이슈타임)박상진 기자=저장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절도범의 집을 이웃주민들이 모두나서 청소했다.

지난 7일 늦은 오후 절도 피의자 A(57)씨 집에 찾아간 전북 군산경찰서 소속 나운지구대 박대성(63) 경위는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믿기 어려웠다.

32평이나 되는 너른 집 바닥에는 담배꽁초, 음식물 쓰레기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박 경위는 쓰레기 더미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오래 서 있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박 경위가 A씨 집을 찾은 이유는 절도 혐의로 붙잡힌 A씨의 여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이날 오전 4시 10분쯤 군산시 한 도로에 있던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60만원 상당의 공구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가 이밖에 다른 물건도 훔쳤을 것으로 의심한 경찰은 A씨 집을 찾았다가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집을 왜 이렇게 버려뒀느냐. 집을 치워주겠다 는 박 경위의 말에 A씨는 절대 치우지 말라 는 말만 되풀이했다.

거듭 설득했지만, A씨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A씨는 물건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않고 모으는 저장강박증 증세를 보였다.

수년 전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저장강박증 증세를 얻었고, 증세가 심해지자 가족들은 A씨 곁을 떠났다.

어쩔 수 없이 A씨 집을 나온 박 경위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다음 날 오전 A씨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파트 관리소장을 만나 상의했다.

A씨는 주민 사이에서 유명인사 였다. 옆집까지 풍기는 악취로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다시 A씨를 만난 박 경위는 우여곡절 끝에 A씨로부터 집을 치워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냈다.

박 경위는 인근 주민센터, 시청 관계자, 시의원 등과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15일 오후 2시에 청소 대작전 에 나섰다.

A씨 아파트 단지로 쓰레기를 실어갈 4t 트럭 2대와 사다리차가 집결했다. 선뜻 일손을 보태겠다던 시청과 주민센터 직원 등 40여명도 함께 도착했다.

고무장갑에 마스크로 무장한 이들은 13층 A씨 집으로 올라가 문을 활짝 열고 쓰레기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A씨 집에서 풍기는 악취로 고생하던 주민 30여명도 A씨 집을 치운다는 말에 두 팔 걷고 나섰다.

2시간여 동안 이웃 70여명의 손길이 닿자 6t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고, A씨 집은 금세 말끔해졌다.

단장한 집을 본 A씨는 박 경위 손을 잡고 고맙다. 다시는 집을 이렇게 더럽히지 않겠다 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 경위는 인근 주민센터에 들러 A씨에게 근본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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