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이준석과 토사구팽(兎死狗烹)

칼럼 / 전석진 / 2022-08-08 21: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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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진 변호사.

[칼럼] 전석진 변호사= 국민의힘에서 이준석을 징계하고 당대표직에서도 쫒아내려고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는 것을 두고 '이준석이 토사구팽 당했다'라고 말들을 한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무엇이고 이 말을 어떻게 사용하여야 할까?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의 신하였던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은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월나라가 패권을 잡는데 큰 공을 세운다. 둘은 각각 고위직에 오르게 되는데, 범려는 왕(구천)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 월나라를 탈출한다. 도피한 범려는 문종에게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편지를 보내 문종을 탈출시키려 했지만 문종은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는다. 결국 월 왕 구천이 자결을 명하며 보낸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고사(故事)는 《사기(史記)》의〈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에 보이며, 토사구팽은 이로부터 유래되었다.

한신도 이말을 사용하였으나 역사적으로는 위 범려의 말이 먼저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말이 처음 유명해 진 것은 김재순 전 의장이 한 말이었다.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7선 의원인 김재순은 3당 합당을 통해 여당으로 들어온 김영삼을 지원하여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1993년 경 재산공개를 이유로 김영삼이 자신을 비롯한 구 민정계를 숙청하자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남기고 정계 은퇴 후 하와이로 이민했다.


이후 정치계에서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사냥개를 나타내는 말은 구가 아니라 견인데 왜 토사견팽이라고 하지 않을까?.
'견'과 '구'의 차이는 무엇인가?


견은 좋은 뜻으로 쓰인다. 엽견, 애견, 애완견, 견마지로, 충견, 견공(犬公)등이 그 용례이다.
구는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거나 식용의 개를 말할 때 쓰인다.


주구(走狗, 외적의 앞잡이), 구육(狗肉, 개고기), 구자(狗子, 철없는 강아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경우)등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먹는 개를 황구라고 하는 것도 그와 같은 용례이다.

그렇다면 토사구팽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
사냥개인줄 알고 그래서 토끼 사냥에 공이 많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식용 개였고 그래서 식용이니 사냥후에 이를 삶아 먹게 된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애초부터 훌륭한 사냥개가 아니었으니 사냥에 공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김재순 전 의장이 자신을 식용 개인 구에 비유하여 토사구팽이라고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었다.


지금 남들이 이준석 대표의 사례를 두고 토사구팽이라고 하는 것도 이준석 대표를 좋지않은 뉘앙스를 가진 구자로 표현된 개에 비유함으로써 그를 비하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준석 본인이 토사구팽이라고 표현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윤핵관들을 향하여 양두구육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과연 이준석은 공을 세울 능력도 없었던 식용 개인가?

아니면 훌륭한 엽견으로 토끼 몰이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인가?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토사구팽의 뜻이 이럴진데 이준석 자신이 이번 사태를 토사구팽이라고 표현하는 일은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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