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승 칼럼] 언론의 자유와 법원의 영장발부ᆢ

칼럼 / 정철승 / 2022-09-02 15: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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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

[칼럼] 정철승 변호사=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즈는 국방성 1급 비밀문서인 '펜타곤 보고서'를 1면 특집기사로 폭로했다. 그 보고서에는 미국이 베트남전 군사 개입의 구실로 삼았던 '통킹 만 사건'이 사실은 조작됐다는 내용 등이 실려있었고, 이 기사를 접한 미국인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즈는 국방성 내부고발자로부터 위 비밀문서를 입수한 후 폭로했던 것인데, 당시 미 연방정부(닉슨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신속하게 법원으로부터 후속 보도를 금지하는 가처분결정을 받아냈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곧 잊혀지고, 뉴욕타임즈는 회사와 데스크, 기자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강도높은 조사 등 감당하기 힘든 불이익을 당하게 되었을 것인데, 그 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정의의 사자처럼 나타나서 '펜타곤 보고서'에 담긴 '베트남전의 추악한 비밀의 폭로'를 이어갔다. 워싱턴 포스트에 자극받은 미국의 다른 언론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내 반전운동이 거세졌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는 공동으로 연방대법원에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법정 투쟁을 통해 후속 보도를 다시 게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연방대법원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펜타곤 보고서의 보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연방정부의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원은 윤석열 본부장 비리 의혹을 보도했던 열린공감TV(현 "더 탐사")와 소속 기자들에 대하여 2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국가인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 고작 열린공감TV(더 탐사)의 보도내용이 윤석열씨와 그 부인, 장모의 명예를 훼손하고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 때문이다.

공권력이 기자의 취재수첩(PC와 휴대전화)을 빼앗아 내용을 샅샅이 조사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기본인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야만적 행태인데,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이 중대한 사태에 대해 비판은 커녕 보도도 하지않고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한창 베트남전 전시상태였음에도 미국 연방정부는 국방성 1급 비밀문서가 폭로되어 "베트남전의 추악한 비밀"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언론사에 대한 보도 금지가처분 신청만 했을 뿐, 데스크와 기자들에 대해 압수수색과 수사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연방대법원은 연방정부의 보도금지가처분 신청마저 위법하다고 기각했다.

반면, 우리 대한민국은 대통령 및 그 가족들에 대한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사와 기자들의 취재기록, PC 서버 및 휴대전화들을 몽땅 압수수색하고 형사처벌의 수순을 밟고 있다.

법원의 적극적인 방조아래..

미국과 비교를 하는 것조차 수치스럽다.

내 나라 대한민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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