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숙의 세상돋보기]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칼럼 / 강미숙 / 2022-03-04 13: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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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미숙= 아일랜드 대기근 


구황작물인 감자는 남미 안데스 산맥 원주민들의 주식이었다. 우리나라에는 1820년대 초 만주 간도지방에서 처음 재배되었으며 가을보리 수매 후부터 봄까지의 기근을 해소하는 중요한 작물이 되었다. 콜럼버스가 다녀간 이래 유럽에도 감자가 소개되지만 땅속에서 줄줄이 나오는 모습을 혐오해 악마의 작물이라며 천대했다.

영국은 인구가 팽창하자 식민지 아일랜드의 다수 농지를 소유한 영국인 지주들을 통해 밀, 귀리를 생산하게 하고 전량 본국으로 송출해간다. 아일랜드인들은 그 땅에 영국인들이 악마화하는 감자를 심어 주요식량으로 삼았다. 하지만 감자마름병이 돌자 단일작물에 의존했던 아일랜드인들에게 극심한 굶주림의 고통이 따랐다. 1845년부터 5,6년동안 아일랜드 8백만 인구중 2백만이 사망하고 2백만이 탈출했으니 이를 아일랜드 대기근이라 부른다.

영국은 아일랜드인들이 굶어죽어가는데도 노동의지가 없어 발생한 일인데 거짓말한다며 그들은 별것도 아닌 것을 징징거리는 족속들이라고 무시했고 여전히 벨파스트항에는 영국으로 가는 곡물선으로 북적거렸다. 영국의 아일랜드 식량기지화 정책은 아일랜드인들을 아사시키고 절망에 빠뜨렸다.

1851년경 감자마름병은 근절되었지만 아일랜드 내 영국 지배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고 이후 자치권 확대요구, 1919년 독립전쟁을 거쳐 최종적으로 1949년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아일랜드는 영연방에서도 탈퇴했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할 때 영국의 아일랜드 식민지 통치전략을 참고했다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아일랜드인들의 영국에 대한 원한은 일본을 대하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우크라이나 대기근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스탈린과 히틀러가 집권한 시기 동유럽 평원지대인 bloodland에서는 굶주림으로 1400만 명이 학살되었다. 블러드랜드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연안에 이르는 광활한 동유럽 땅이다. 소련은 식량수출을 위해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식을 전량 수탈했고 심지어 다음해 심을 종자까지 몰수했다.

그 결과 1932년 330만명, 1933년 300만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굶주림에 지친 아비규환 속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굶어죽은 아이들을 먹고 부모는 죽어가며 자신을 먹고 살아남으라 부탁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기간동안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2500여 명이 식인혐의로 처벌받았다니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하게 해주는 사건이다.

레닌그라드 아사작전


1941년 히틀러는 블러드랜드 지역을 점령하고 이 곳에서 유럽 전역에서 끌고 온 유대인 540만명을 학살했다. 체코는 일찍이 항복해 문화유산을 지켰지만 폴란드 바르샤바는 독일군에 대항하는 격렬한 봉기를 일으켰기에 초토화되었다. 히틀러는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레닌그라드로 진격, 1941년 9월부터 871일동안 레닌그라드를 봉쇄했다.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폭격으로 도로가 차단되자 식량을 공급받지 못해 굶주림으로 죽어갔으며 히틀러는 마지막 10km를 앞둔 지점에서 진격을 멈추고 도시를 포위하는 굶겨죽이기 작전을 폈다. 이들도 인육을 먹으며 버텼지만 도시인구의 3분의 1인 100만명을 포함한 400만명 이상이 학살되었다. 히틀러는 “굶주림으로 숨통을 끊고 지구상에서 흔적을 없애버려라!”고 했고 시민들의 저항으로 레닌그라드는 끝까지 함락되지 않았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세계에 나가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들은 일상을 내려놓고 악기대신 총을 든다. 이뿐만 아니라 젤린스키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로 각국에서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군대에 맞선 공화파 정부를 돕기 위해 전 세계 수만 명의 개인들이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젤린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하에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 군부에 맞서 총을 들었던 아옌데 대통령처럼 총을 들고 결사항전을 외친다. 칠레 뒤에 미국이 있었다면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가 있을 뿐이다.

국제관계의 역학관계는 단면만 보아서는 안되기에 이러쿵저러쿵 논할 능력이 내겐 없다. 인류는 지난 2년동안 수많은 이웃들이 죽어간 팬데믹에서 겨우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외교로도 해결하지 못한 갈등과 분쟁의 최고단계가 전쟁이고 이는 인간의 이성이 굴복한 최후의 수단이다. 아직도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라는 방식 외에 갈등을 이겨낼 능력이 인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인구의 절반이 죽거나 고향을 떠나게 만든 영국의 아일랜드인 학살방조,

가도가도 밀밭이 끝없이 펼쳐져 나라이름도 편평한 땅이라는 뜻의 폴란드와 블러드랜드 지역의 비옥한 곡창지대를 가진 우크라이나인들이 굶주림과 공포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게 만들었던 스탈린의 학살,

레닌그라드를 3년 가까이 포위하고 아사작전을 편 히틀러는 다 같은 얼굴이다. 그리고 오늘날 푸틴의 전쟁폭력까지, 파시스트들은 다 궤를 같이 한다.

내 생각과 다르면 살려두지 않겠다는 살의와 광기.

키예프(크이우) 공국 시절부터 한 핏줄이라면서 동포의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을 폭격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눈 맑은 아이들에게 전쟁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어떤 전쟁도 명분없는 싸움이다. 블러드랜드에서 자행된 굶겨죽이기 작전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못지않은 잔인한 폭력이며 스탈린과 히틀러에 의해 동유럽에서 자행된 수많은 제노사이드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애국주의에 경도되어 전장으로 나가겠다는 아들을 보내며 케테 콜비츠는 "살라고 낳았는데 죽으러 가는구나"하며 통곡했다. 그녀가 ‘피에타’에 담은 자식잃은 어미의 애끊는 마음이 지금 동유럽에서는 매일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군인들은 보급이 원활치 않아 굶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고 우크라이나는 젊은 러시아 포로들을 보살피거나 부모에게 인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러시아군은 498명, 우크라이나는 2870명이 전사했다고 밝힌 러시아 당국의 발표를 믿는다 해도 양국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수천명인 셈이다. 병사든 민간인이든 어머니들이 자식을 잃고 고통 속에서 살게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히틀러와 스탈린, 푸틴으로 이어지는 파시스트는 이제 합법적인 권력으로 언제든 민주주의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친러 괴뢰정부 음모를 단호히 거부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지난한 투쟁을 지지한다.

#전쟁반대 #우크라이나에_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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