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승 칼럼] "제2의 한일협정"

칼럼 / 정철승 / 2023-03-06 23: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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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뮌헨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 박진 장관은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외교부) 

[칼럼] 정철승 변호사=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침략국 일본에 의해 이루 말할 수 없이 막대한 수탈과 참혹한 피해를 당했다. 물자와 자원, 문화재 등 국부를 수탈당한 물질적 피해는 두고라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이 살상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유린되었다.

일본측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일제는 조선에 약 70억 엔의 자본을 투입하여 500억 엔의 재정적, 금융적, 물자적 수탈을 하였다고 한다. 이를 해방 당시의 엔달러환율로 계산해보면 33억 달러가 된다. 1949년 이승만 정권이 한일협상을 위해 추산한 일제강점기의 피해액은 약 20억 달러였다.

그럼에도 박정희 정권은 1965년 6월경 국회의원직 사퇴까지 불사한 야당의 반대와 수도권 일원에 위수령까지 선포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부쳐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제의 조선강점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일본정부로부터 자인받지 못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금"이 아닌 "독립축하금" 비슷하게 3억 달러를 받고 3억 달러를 빌리는 조건으로 국교를 정상화했다.

 

(참고로 2차대전 종전 후 일본은 미얀마에 3억4,000만 달러를, 필리핀에 5억5,000만 달러를, 인도네시아에 3억9,308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렇지만 위 금액은 35년 동안 수없이 많은 동족이 살상당하고, 인권이 유린당하고, 국부가 착취당하고, 문화재 등이 반출되고, 국가의 자주발전이 억압되고, 민족의 올바른 정기가 훼손되고, 남북이 동족상잔의 내전을 겪고 분단의 고통에 신음하게 된 막대하고 본질적인 피해는 전혀 포함되지도 않은 액수다.

그러한 살상, 유린과 착취가 바로 국제인권법상의 ‘인도에 반하는 범죄(반인도범죄; Crimes Against Humanity)’인데, 2차대전 종전 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 회부된 독일 나찌 지도자들이 침략범죄뿐 아니라 소수민족의 학살 등에 대해 ‘인도에 반하는 죄’가 인정되어 함께 처벌되었으나, 도쿄 국제군사재판에 기소되어 처단된 일본 전범들은 모두 침략전쟁에 관한 범죄만을 이유로 처벌받았을 뿐 그 누구도 일제강점기에 강점지 조선에서 자행한 숱한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처벌받은 자는 없었다.

만약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일왕 히로히토를 포함한 일본의 군국주의 지도자들도 독일 나찌 지도자들처럼 피침략 국가에서 저질렀던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대해서까지 기소되어 준엄하게 처단되었다면 과연 일본이 오늘날처럼 과거사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사과도 하지 않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법원의 전범기업 강제노역에 대한 배상책임 판결은 위와 같은 제국주의 일본의 ‘인도에 반하는 범죄’ 책임을 준엄하게 묻는 것으로서 그 국제인권법적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윤석열 국힘당 정권은 대법원이 준엄하게 선언한 일본 전범기업의 반인도범죄 책임을 덮어버렸다.

오늘 "제2의 한일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 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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