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도덕적 해이 심각, 하청업체에 '특혜 대출' 논란
- 금융 / 강보선 기자 / 2020-10-22 15:47:38
![]() |
| ▲ IBK 기업은행 본점(사진-대한경제) |
IBK기업은행과 KT 자회사 KT링커스는 지난 2011년부터 ATM기와 공중전화부스를 결합 배치하는 일명 '길거리 점포'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으로 기업은행은 1600여억 원의 손실을 봤다. 그런데 이 사업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기업은행과 KT가 동원된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논란은 지난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이렇다 할 결과 없이 마무리됐다. 뉴스플로우가 취재 끝에 해당 사업의 실체를 파악할 만한 실마리들을 발견했다.
기업은행과 KT링커스가 합작한 ATM결합공중전화부스.
지난 2011년 기업은행과 KT링커스는 노후화된 KT링커스 공중전화부스 2000대를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ATM 점포를 결합해 설치하는 '길거리 점포'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의 구조는 기업은행이 KT의 자회사 KT링커스에 하청을 주고, KT링커스가 공중전화 부스 제작업체 '큐브인사이트'에 다시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큐브인사이트는 실제 부스를 제작하는 업체에 재하청을 주고 부스 설치를 진행했다.
이렇게 설치된 ATM결합공중전화부스는 1481기다. 기업은행은 KT링커스의 공중전화 5년간 용역료를 포함한 부스 제작원가를 모두 지불했다. 부스 운영이 중단되면, 나머지 기간 동안 유지 대금을 전액 기업은행이 책임져야 부스를 철회할 수 있는 조항도 명시했다. 기업은행은 이 사업으로 인해 2017년 기준으로 1684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 |
| ▲ ATM결합공중전화부스(사진-IBK 기업은행 blog) |
대주주가 신용불량인데… 기업은행, 큐브인사이트 특혜대출 논란
뉴스플로우가 단독 입수한 기업은행의 대출 심사자료에 따르면, 큐브인사이트는 부스 설치 작업 비용 대부분을 기업은행 대출로 충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은 ATM결합공중전화부스 설치비용을 큐브인사이트에 대한 대출심사를 근거로 재하청업체에 송금하는 '블록대출' 방식으로 지급했다. 큐브인사이트는 공중전화부스 제작원가를 1기당 1500만원으로 설정했고,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1기당 설치비의 80%인 1200만원을 기준으로 대출을 실행했다. 이렇게 설치된 부스가 1481기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180억원 가량의 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큐브인사이트에 내준 대출이 특혜로 볼 수 있는 구석이 많다는 점이다. 큐브인사이트의 당시 대표이사는 박모씨였지만, 실제 대주주는 이모씨였다. 이씨와 박씨는 과거 KT의 1차 하청업체였던 M사(폐업)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로, 이씨는 M사 회장의 아들이다.
큐브인사이트 전직 고위 임직원 A씨에 따르면, 대출 실행 당시 큐브인사이트의 실소유주인 이모씨는 신용불량 상태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주주의 신용은 기업의 대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행은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기업은행의 대출 심사자료에는 "대표이사 박OO은 M사 부장 출신으로 경상적인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라며, 실제 소유자인 대주주 이모씨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또한, 당시 큐브인사이트는 2011년 6월 세워진 자본금 10억 원의 신설법인 이었다. 통상 은행권은 이러한 회사에 백 수십억 원의 대출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는 게 일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소유자가 신용불량이고 신설법인인데 대출을 내주는 건 이례적"이라며 "또한 운전자금 대출을 하청업체에 내주는 것도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이씨의 신용회복까지 챙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직 큐브인사이트 고위 임직원 A씨는 "기업은행이 이씨에게 대출이 이뤄지면 신용회복을 하라고 해서 대출금을 활용해 신용회복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큐브인사이트가 신설법인인 점과는 관계없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대출 절차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씨의 신용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는 "대표자에 대한 정보는 개인신용정보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큐브인사이트, 견적서 부풀려…기업은행 알고도 같은 조건으로 계속 대출?
큐브인사이트가 기업은행으로부터 ATM결합공중전화부스 설치 비용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견적서 부풀리기'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출을 내준 기업은행도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큐브인사이트는 공중전화부스 제작원가를 1기당 1500만원으로 설정했고,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1기당 설치비의 80%인 1200만원을 기준으로 큐브인사이트의 하청업체에 대출금을 입금했다. 그러나 뉴스플로우 취재 결과, 실제 공중전화부스 제작원가는 1500만원이 되지 않았고 큐브인사이트는 하청업체와 변경계약을 맺어 일부 세부 품목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단가를 낮춰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플로우가 단독입수한 큐브인사이트와 하청업체 S사 사이에 맺어진 계약서에 보면, 두 회사는 2012년 1월 부스 설치 비용을 1기당 1500만원으로 설정해 451기를 설치하는 67억6500만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같은 해 7월1일 변경계약을 맺어 각종 세부품목을 설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17억3391만5000원의 비용을 줄였다.
즉, 실제 부스 451기를 설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0억3108만5000원이다.
기업은행은 부스 1기당 1200만원의 대출을 내줬기 때문에, 실제 S사에 들어간 대출금은 54억1200만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즉, 큐브인사이트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기업은행 대출금으로 사업을 진행한 셈이다. 큐브인사이트는 ATM결합공중전화부스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수시로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계약이 변경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설치비 1500만원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계약 상대방은 KT링커스로 큐브인사이트의 견적서 내용에 대해 당행이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그러나 기업은행과 KT링커스는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플로우가 단독입수한 기업은행과 KT링커스 사이에 쓰여진 길거리 점포 사업 계약서에는 "부스제작 원가정보는 설치시 양사가 공유토록 한다"고 적혀있다. 또한 KT링커스와
큐브인사이트 사이에 쓰여진 계약서에도 "큐브인사이트는 부스제작에 따른 원가표를 KT링커스에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 프레스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