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일 변호사의 법률상담소]상법상 허용된다는 '차등배당'의 진실
- 칼럼 / 오현일 변호사 / 2018-03-20 13:14:36
차등배당에 대한 합법화 규정 없지만 상법상 허용의 길 열려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
"변호사님. 상법 개정으로 '차등배당'이 허용됐다는데 활용해도 되는 건지요?", "어떤 절차와 요건을 충족해야 적법한 '차등배당'이 되는지요?"
거래처에서 무슨 경영 컨설턴트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는데, 현재 회사 내에 쌓여있는 이익금을 차등배당 "제도"를 활용해서 소수주주인 자녀에게 배당하라는 취지로 안내를 받았단다. 그러면서 '최근에 상법이 개정돼 차등배당이 허용되니 안심하고 하면 된다', '세법상 문제는 세무전문가인 자기네 컨설팅 회사에서 적절하게 처리해주겠다'라고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비록 세법 문제에 관해 변호사법과 세무사법에 따라 조세법 관련 상담과 검토는 물론 조세 쟁송 역시 제법 수행하고 있기는 하나, 소위 '필드'의 세무사님들보다야 현장 실무량이 일천할 수 있는지라 세무적인 문제는 차치(且置)하겠다만 명색이 "기업전문 변호사"를 자임하는 형편인지라, 상법 개정으로 "차등배당"이 합법화·법제화 됐다는 소식을 몰랐다는 것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전문가라는 자가 전문지식을 챙기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법령과 문헌을 열심히 탐색해 보니 이게 왠걸? 아무리 연구하고 검토해봐도 '차등배당'을 합법화했다는 '개정 상법 규정'은 찾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결론부터 일단 질러 놓자. 현행 우리 상법은 그 어떤 명문의 규정으로도 '차등배당' 즉 주식회사의 주주 사이에 다른 비율로 배당을 해도 된다고 명시한 규정은 없다.
다시 말해 현행 상법상 '차등배당'은 상법 제464조의 규정에 위반되는 이른바 '위법배당'의 하나라 볼 수밖에 없다. 상법 제464조에서는 "이익등의 배당의 기준"이라는 표제하에 『이익이나 이자의 배당은 각주주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지급한다. 그러나 제344조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해 애초부터 배당에 있어서 차등을 둔 '종류주식'이 아니라면 모두 균등한 비율로 이익배당을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이를 폐지하거나 이에 배치되는 다른 상법의 개정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 그럼 차등배당을 무슨 전가의 보도인양 안내하고 있는 앞서의 컨설팅 회사는 100% 허위정보를 제공한 것이란 말인가? '녹색 검색창'에 '차등배당'이라고 검색해보면 쏟아져 나오는 '차등배당 활용방법'은 다 잘못된 정보란 말인가?
아니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상법의 위 규정을 해석 적용하는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우리 대법원이 판결례의 하나로 이른바 '차등배당이 상법상 허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대법원 1980. 8. 26. 선고 80다1263 판결의 판시에 따르면,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에게 30퍼센트, 소액주주에게 33퍼센트의 이익 배당을 하기로 결의한 것은 대주주가 자기들이 배당받을 몫의 일부를 떼내어 소주주들에게 고류 나누어 주기로 한 것이니, 이는 주주가 스스로 그 배당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양도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본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임재현 著, 회사법 1, 제708면 각주 93에서 발췌)>고 한다. 사실 위 대법원 판결은 현재 대법원 공식 판례검색 사이트에서도 검색되지 않아 그 정확한 판결전문과 판시사항을 필자로서는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실질적으로는 그 하급심 판결인 서울고법 1980. 4. 14. 선고 79나3882 제11민사부판결의 판시를 그대로 수용하는 취지의 판결이 아닐까 추측된다.
위 대법원 판결과 그 하급심인 고등법원 판결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 대법원은 배당을 받을 주주가 배당받을 권리나 배당금액을 포기하고, 이를 다른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은 평등배당 원칙의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을 자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것이니 문제가 되지 않고 불평등하지만 이익을 받은 주주는 자기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차등배당’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를 '위법배당'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위 고등법원의 판결 중에 <상법 제464조의 취지는 정관상 같은 종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익이나 이자 배당에 있어서 주식수에 따라 이를 배당 받을 권리가 있고 누구든지 자기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위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일 뿐 자기의 배당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양도하는 것을 절대로 금지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라는 판시 역시 그 연장선상인 것이다. 여기서 우선 짚고 넘어갈 한가지. 누군가 당신에게 ‘최근에 상법이 개정돼 차등배당이 허용됐다'고 말한다면 일단 귀를 닫아 두시라. 최소한 그는 '차등배당'의 유구한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다면 상법이 개정돼서가 아니라 애초부터 상법상 '차등배당'은 주주들의 동의만 받으면 제한없이 허용되는 것이었을까? 아니,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물론 위의 판결례와 동일 또는 유사한 사례라면 '차등배당'을 했다고 해서 '상법상 위법배당'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판결례는 그 해당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당 사안의 결론을 지은 것일 뿐 이를 섣불리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예컨대 해당 사안에서는 ① 대주주가 불이익을 입고, 소주주는 이익을 받는 경우였다는 점, ② 불이익을 입는 대주주는 모두 주주총회에 참석해 동의를 했다는 점, ③ 대주주와 소주주의 기준(1%) 설정에 법인세법상의 규정과 취지를 반영했다는 점, ④ 해당 차등배당은 소액주주 보호와 증권거래 활성화라는 공익을 위해 정부당국과 금융감독기관의 권유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이 고려됐다. 다시 말해 소위 ‘컨설팅 업체’들이 절세방안이나 기업승계 방안으로 제시하는 ‘차등배당’과는 궤(軌)를 달리하는 것이다.
사실 '차등배당이 최근에 허용됐다'는 이야기의 발단은 최근 세법의 개정에 따른 이야기로 보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2015년 말 법개정을 통해 제41조의2를 신설하고 "초과배당에 따른 이익의 증여"라는 표제 하에, 최대주주가 배당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포기하고 이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다른 주주에게 배당하는 경우에 이를 증여로 보는 규정을 두었다. 그리고 이 규정을 두고 많은 '자칭 전문가'들이 "우리 법제가 이제는 '차등배당'을 허용한 것이다"라고 역설(力說)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 이런 시각은 매우 나이브(naïve)할 뿐만 아니라 일견 위험해 보이기 까지 하다. 우리 대법원과 각급 법원이, 대주주가 동의하는 모든 '차등배당'에 대해 상증세법에 따른 증여세만 납부했다면 그대로 적법하다고 향후로도 계속 인정할까? 불이익 받는 대주주가 동의한 모든 '차등배당'이 상법상 허용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예컨대 필자가 최근에 자문을 의뢰받은 사례처럼 50% 대주주는 자신이 받을 몫의 일부만을 받고 나머지를 포기한 경우 25%의 소주주 2인 중 1인은 원래 받을 몫을 나머지 1인은 대주주가 포기한 부분까지 가산해 배당받는다면 비록 권리를 포기한 대주주가 동의한 경우라도 이를 '상법상 위법배당'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다양한 사례에서 단지 배당을 포기한 자의 동의만을 가지고 '적법한 차등배당'이라고 볼 수 있을까?
솔직히 위 세법의 규정을 두고 "세법상 허용되는 차등배당"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는 것도, 필자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차등배당에 관한 세법상의 문제에 관해도 소고(小考)를 밝히겠지만 상증세법의 위 규정은 '세법상 차등배당의 허용여부'를 가리는 규정도 아니거니와 우리 세법은 본래 특정한 행위의 세무상 취급 즉 과세의 여부나 세율 등에 관해서만 취급할 뿐 해당 행위의 법률적 적법성에 관해서는 취급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죽했으면 범법행위로 인한 수익(예컨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3호)도 '소득'으로 인식해 과세하겠다는 것이 세법의 태도인 것이어서 해당 규정을 가지고 '범법행위'가 허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인 것이다.
매번 독자님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지만, 지금 '차등배당'을 마치 전가의 보도인양 절세의 수단으로 혹은 기업승계의 방법으로 계획하고 계신 사장님들께서는 부디 깊이 있는 검토와 신중한 의사결정 그리고 치밀한 절차 진행을 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아직 '차등배당'이 적법해 지기 위한 절차나 요건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규정도 근거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을 얼마 내는가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과연 계획 중인 '차등배당'이 상법상 적법한 이익배당으로 취급될 것인가는 필히 짚고 가야할 문제이다. 만일 아니라면 제법 성가신 후폭풍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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