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칼럼]재외국민 기죽지마라
- 칼럼 / 김담희 / 2017-06-17 13:47:17
나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교에 입학한 재외국민 학생이다. 재외국민은 해외에서 중 고교 학교과정을 마치고 한국 대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마다 지원 방식이나 조건, 자격 등이 달라 입시 전문가들도 상세히 모르는 경우가 상당하지만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큰 틀은 존재한다.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여러 전형이 존재하지만 그중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았다.
며칠 전, 친구와 술을 마시러 술집에 들른 적이 있다. 술집엔 우리 말고도 다른 대학생 두 명이 이야기 중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큰 소리로 얘기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재외국민은 우리랑 다르게 꿀 빨다가 우리 대학 들어왔는데 너무 억울하지 않냐“, “맞어, 재외국민이 수능을 아냐.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수준 떨어지게 우리랑 같이 수업을 듣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환경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 “수준 떨어지는“ 학생들로 단정 짓는 그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대화를 다 듣고 난 후에 식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재외국민 특별전형이 다른 이들에게 비판받는 것은 응당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재외국민 전형 학생들은 한국에 있는 고등학생들보다 공부를 덜 했고 한국의 치열한 수능준비도 경험해보지 않았다. 또한 대학교의 상대평가 시스템 아래에서 우리가 한국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학생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이 무리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재외국민 특별전형의 인기가 추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실제 2016년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과거보다 재외국민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는 장점보다 대학에서 대학과정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단점이 훨씬 크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외국민들이여, 기죽지 말자. 우리에겐 다른 강점이 있다. 누군가는 우리를 고등학교 3년 내내 해외에서 놀다 온 학생들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3년 동안 그들이 얻지 못한 것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왔다. 최근 세계화의 물결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는 학생 혹은 취준생을 기업에서는 선호하기 시작했다. 우리 재외국민은 고등학교 3년 동안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여 제2외국어 그리고 제3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기회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말을 제외한 다른 언어를 실제 사회생활에서 그 나라 사람들과 말을 섞는 다는 것은 쉽게 접하지 못할 기회이다. 이는 후에 우리에겐 유리한 점으로 작용될 것이며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는 비교우위를 지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러니 비판에 마냥 힘들어하며 이보후퇴(二步後退) 말고, 우리의 장점을 살려 이보전진(二步前進)하려고 하자.
재외국민이 한국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학생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재외국민을 조금 더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봐 주는 건 어떨까하는 바람이다. 비록 고등학교 때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회에 적응하는 힘듦을 겪었고 현재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는 같은 대학생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17학번 우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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