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공직선거법 무죄
- 칼럼 / 전석진 / 2025-01-02 16:16:34
[칼럼] 변호사 전석진=
1. 영국법
'영국의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1983) 제106조는 후보자의 인격(personal character) 또는 품행(personal conduct)과 관련한 사실에 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공표한 사람은 불법선거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 법은 상대방 후보자의 ‘인격’이나 후보자의 ‘품행’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만을 규율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문기와의 골프를 쳤다거나 업무 중 국토교통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사실은 '상대방' 후보자의 인격이나 후보자의 품행에 관한 사항이 아닌 것이므로 영국법상 범죄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이 사건은 후보자 자신의 행위(김문기와의 골프) 내지 후보자가 아닌 제3자가 행한 행위(국토교통부 사건)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문제된 것이므로 위 영국법에 의하면 무죄가 되는 것이다.
위 영국의 국민대표법 제106조는 허위의 진술을 후보자의 인격이나 품행에 국한하고 있으며, 그 밖에 후보자의 정치적 또는 공적 행위는 규율하지 않고 있다.(허순철. (2018). 영국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와 표현의 자유. 공법학연구, 19(4), 33-69.)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은 여가행위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사실은 정치적 행위 내지 공적인 행위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위 두 행위는 영국의 국민대표법에 의하면 후보자의 인격이나 품행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처벌 사유가 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행위가 자질, 성품, 능력에 관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므로 위 영국법과 유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은 여가행위 내지 정치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사실은 정치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이 두가지 행위 모두 우리법의 해석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이라 판단된다.
컨버세이션지는 웨일즈에서 우리법 유사의 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에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을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한다(컨버세이션 June 19, 2024.자). 즉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른 나라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을 가진 나라는 없는 것이다.
2. 다른 외국의 경우-불처벌
우리법제와 유사한 법제를 가진 일본과 독일의 경우에는 우리법의 행위에 관한 조항이 없어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에 대하여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이 법이 언론의 자유에 배치되는 법이라는 이유로 폐지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법에 대하여 최근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상대방 후보자의 인격(personal character)또는 품행(personal conduct)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 처벌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면 외국의 경우에는 이재명 대표의 1심 사건에서 문제가 된것 같이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국토교통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사실 등은 처벌하지 않는다. 우리법으로도 자질, 품행, 능력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이재명 대표가 다른 후보자에 관한 허위 사실이 아니라 후보자 자신이나 후보자와 관련없는 제3자의 행위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고 처벌한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인격이나 품행에 관한 것이 아닌데 이를 처벌하려 드는 것은 더욱 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가디언지는 웨일즈에서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즉 이 보도는 우리나라 외에는 정치인의 허위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이 없다는 사실보도라고 본다.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 공직선거법과 같은 유사의 법이 없다는 것은 이 법의 위헌성의 강한 추정이 되어 적헌 해석을 위하여는 법문을 축소해석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3. 우리법의 해석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행위라는 말이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만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
가. 위헌성
이 사건 허위사실공표금지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헌재 2009. 11. 26. 2008헌마114 참조). 선거는 민주적 의회정치의 기초이고 선거운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로서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요소이므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하여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헌재 1995. 4. 20. 92헌바29, 참조).(2008헌마114)
이 사건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던가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고 말한 것을 처벌하는 것이 국가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 허위사실공표금지 조항의 입법취지가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행위’는 후보자의 자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으로 한정된다(2018헌바223).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사실이 이재명 대표의 자질이나 능력의 어느 부분과도 관련이 없다. 설사 불분명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불분명할 때에는 피고인에 유리하게(In dubio Pro reo: 무죄 추정의 원칙)라는 법언에 의거하여 무죄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 허위사실공표금지 조항은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행위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을 금지한다. ‘행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으로 그 의미하는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으나, 이 사건 허위사실공표금지 조항의 입법취지가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여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공표를 금지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행위’라 함은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으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2018헌바223).
나. 1심 판단의 오류
1심 법원은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위 허위사실 진술내용이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은 이 허위사실이 성품에 관한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쪽 판결인 것이다. 1심은 행위를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이 사건을 판단한 것이다.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에 관한 것이고 품성, 능력, 자질에 관한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1심 판결은 자질과 능력 품성이라는 문리해석에 반하는 법 적용을 한 것이다.
다. 가치 판단
‘허위의 사실’이란 객관적 진실에 맞지 않는 사실을 의미하며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4294 판결 참조)(2018헌바223). 이 사건에서는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말이 의견표현에 불과한 것이어서 판례에 의하면 허위의 사실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라. 법문의 기타의 방법 불해당
이 사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국정조사의 일환으로 질의 응답에서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법상 기타의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마. 정치적 진술
그러면 어떤 발언이 정치적 진술에 관련된 것인가? 외국의 사례를 들어 보자.
어떤 정치인이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였으므로 위선자(hypocrite)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진술로서 「국민대표법」 제106조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이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표를 얻으려고 하였다는 진술도 정치적인 것이어서 인격 품성에 관한 「국민대표법」 제106조의 규율대상이 아니다.(R(Woolas) v Parliamentary Election Court [2010] EWHC3169, [2012]QB1[121]).
여기서 이재명 대표의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진술과 국토부의 압력을 느껐다는 진술은 정치적 사안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정치적인 진술이다. 그러므로 우리법상으로 자질, 성품, 능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 김문기와 교유가 없었다는 사실이 자질, 성품, 능력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국토교통부의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러한 발언들은 정치적인 발언으로 이재명 대표의 자질, 성품, 능력과 관련이 없다.
자질은 '어떤 분야의 일에 대한 능력이나 실력의 정도', 성품(性品)은 '개별 존재가 본래 갖추고 있는 성질 즉 본성(本性)', 능력(能力)은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떤 분야의 일에 대한 능력이나 실력의 정도와 관련이 있는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느꼈다는 사실도 이러한 능력이나 실력의 정도와 관련이 없다.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과도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개별적인 단어의 정의에 비추어도 교유한 사실이 없다라던가, 국토교통부의 압력을 느꼈다던가 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자질, 성품, 능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가 없다.
이 점에 관하여 판례는 아래와 같이 판시한다.
“피고인이 방범연합대에 20만 원을 기부하였는지 여부나, 피고인이 J에게 20만원을 대여하였는지 여부는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정한 허위사실공표 대상으로서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전고등법원 2018.1.8. 선고 2017노413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이 사건에 있어서도 김문기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진술은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문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의 “국토부로부터 협박당했다”는 발언은 법률과 헌재 판례상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정치적인 발언으로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에 관한 진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주관적 인식이나 느낌은 처벌대상이 아니다.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처벌도 그 주체가 제3자가 아닌 후보자 측의 행위일 때 적용된다. 따라서 국토부의 협박은 제3자의 행위이므로 처벌대상이 아니다, 또한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하면,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은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가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만한 사항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국토부로부터 협박당했다”는 발언은 제3자인 국토부의 협박행위에 대한 후보자의 느낌이거나 의견으로, 허위사실공표의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과 관련된 행위가 아니므로 처벌대상이 아니다.
바. 국감장 발언
선거운동과 전혀 무관한 국감장에서의 발언에 대하여 개인의 주관적 인식상 표현을 하나하나 분석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여부로 규율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 법상 기타의 다른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4. 결론
전세계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행위를 처벌하는 법은 없다. 이는 우리법의 해석으로도 공직선거법 제250조가 위헌이라는 강한 징표가 된다. 김문기와 골프치지 않았다던가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진술은 모두 정치적인 진술로서 이재명 대표의 품성, 자질, 능력에 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의 문제 발언들은 외국의 해석례를 보나 우리법의 해석으로 보나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나는 항소심 재판부의 이예슬 판사, 최은정 판사, 정재오 판사가 이 점을 잘 판단하여 주리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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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진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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