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칼럼] ‘덫에 빠진 짐승’
- 칼럼 / 송요훈 / 2024-02-05 10:05:16
[칼럼] 언론인 송요훈 = 범죄심리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수정 교수, 말이 갈수록 난해합니다.
1월 18일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선물을 받은 경위를 설명하고, 보관 중이라는 명품백을 준 사람에게 돌려주고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쿨합니다. 사과한다고 법적 책임까지 탕감되는 건 아니지만,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건 일반의 상식에 부합합니다. 그랬는데 용산과 코드가 맞지 않았습니다.
나흘 뒤, 친윤 핵심이라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를 야기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김건희 여사를 교통사고 피해자에 비유하며 ‘몰카 공작’의 피해자인데 왜 사과하느냐는 신박한 논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 백은 국가기록물로 국고에 귀속됐고,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건 국고 횡령이라는 주장은 신박함을 넘어 경이롭기도 했습니다. 안주가 좋으면 술꾼이 꼬입니다. 이철규 의원의 신박하고 경이로운 탈논리의 해괴한 주장에 전 국민이 가세하여 논리 배틀이 벌어졌습니다.
압권은 같은 당 김웅 의원의 반박이었습니다. 뇌물 주는 사람이 몰래 촬영을 해놓으면 뇌물 받은 사람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처벌을 못한다는 것이냐, 디올 백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면 갤러리아 명품관은 박물관이라고 비꼬았습니다. 김웅 승!
경쟁심리가 발동했을까요. 이수정 교수가 다시 나섰습니다. 1월 2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덫을 놨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다’면서 ‘덫을 놓은 책임이 덫에 빠진 짐승한테 있는지 아니면 덫을 놓은 사냥꾼에게 있는지 생각해보자’더니 ‘덫에 빠진 피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라면 모를까, 대통령 부인을 ‘덫에 빠진 짐승’에 비유하다니..
김 여사가 들었다면 아부라도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SNS에서는 이수정 교수가 다시 입질에 올랐습니다.
절치부심하며 만회의 기회를 노렸는지 이 교수는 오늘 다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김 여사를 ‘그루밍 피해자’에 비유했습니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그루밍을 당하여 촬영하는 줄도 모르고 디올 백 선물을 받았다는 거고, ‘그루밍(심리적 지배)으로 불법 촬영물을 만들면 성폭력 그루밍 범죄’라며 그루밍을 한 최 목사를 검거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치인이 된 범죄심리학자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서라도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기 위해 그런 거라면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지만, 김 여사가 들었다면 발끈 했을 것 같습니다. ‘덫에 빠진 짐승’이라더니 ‘그루밍 피해자’로 묘사하기까지 했으니 뚜껑이 열릴만도 하지요.
국민에게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겁니다. 국민은 먹고 사는 게 점점 팍팍해지는데 정치에 갓 발을 들인 사람이 자기가 뱉은 말을 합리화하는 아첨의 확증편향에 빠져 말장난이나 하고 있으니까요. 곡학아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이수정 교수는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전에 본인의 심리상태부터 진단하고 분석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도 필요한 조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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