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한러관계 파탄

칼럼 / 전석진 / 2023-04-12 11: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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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변호사 전석진=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은 우크라이나 포탄 제공을 댓가로 구걸하여 얻어낸 결과이다.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으로서는 져서는 안되는 전쟁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승부는 포병전에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있어 포병력은 지상 전투력의 중추를 이룬다"며 "군사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탄약을 먼저 다 쓰느냐에 전쟁의 결과가 달려있다고 한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2023.3.8.) 서방에 하루속히 무기 지원, 특히 155mm 포탄을 신속히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12일 정부 소식통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수십만 발의 포탄을 추가로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3월 말에 미국에 50만 발을 제공하되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50만 발은 지난해 말 정부가 미국에 판매한 양보다 5배 많고, 특히 미국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는 미국에 155mm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면서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번 대여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 정부는 50만 발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포탄을 운용하는 만큼 한국산 포탄이 우크라이나에서 살상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여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미국의 포탄 재고 형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를 사용하여 재고가 줄면 포탄을 돌려달라고 할 수가 없다.

최근 유출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100여 쪽 가량의 기밀문건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포탄 수출 요청에 고심한 흔적이 담겨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3월 초 나눈 대화 내용으로 '미국의 이번 포탄 제공 요청에 응하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아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어길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가 나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그래서 정부차원에서의 정책 변경이 있어야 포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유출된 문서들은 미 국방부 관료들이 대부분 실제 문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BBC는 12일자로 보도하였다. 즉 도청이 있었던 것이다)

김성한 실장의 이러한 태도는 도청에 의해 알려졌고 그가 미국이 요구하는 신속한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결국 경질되었다는 것이다. 도청 문건에 따르면 김성한 실장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신 폴란드에 포탄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폴란드의 입장이 어떤지 확인하여야 하고 그러면 포탄 지원이 늦어지게 되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서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이 비밀협상을 통해 미국에 우크라이나 지원용 포탄 판매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비록 최종 소비자 조항이 있어도 이 판매가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라고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실에 부합하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이 즈음 푸틴 대통령은 2022.10. 2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 당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한·러 관계는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주 뒤, 이번엔 CNN이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 포탄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이송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상정하고 포탄을 수출해 왔다"며, "그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보도는 실제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라는 보도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50만 발이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라는 것은 거의 명백하다.

도청에 의해 수집되어 공개된 이번 문건에는 한국에서 155밀리미터 포탄 33만 발이 유럽으로 이송되는 계획이 담겨 있다. 출발지는 진해항, 도착지는 독일 노르덴함항이다. 노르덴함항은 미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우리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직접 가거나, 폴란드를 거쳐 우회 지원되는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이 운송계획 문건이 작성된지 불과 사흘 뒤인 3월 1일, 국가안보실 외교안보라인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하는 방식을 놓고 고심한다.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미국의 이번 요구에 응해 포탄을 제공하면, 미국이 '최종사용자'가 안 될 수도 있어 난처하다"고 말하자, 김성한 전 안보실장은 "차라리 폴란드에 우회 판매하자"는 역제안을 한다. 이러한 대화가 도청되어 미국에 흘러 들어간 이후에 김성한 실장과 이문희 비서관은 경질된다.

오늘 자 보도에 의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모성 무기인 포탄을 타국에 판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제공하는 건 이례적이다. 포탄 재고가 충분해지면 갚는다는 조건이 있으면 전쟁이 끝난 후에 갚아도 될 것이다.

미국에 대여하는 방식을 취해 한국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되지 않더라도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에 최종소비자를 미국으로 하고 판매를 한 경우에도 푸틴은 한 러 관계의 파탄을 경고했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정부는 고심 끝에 대여 방식으로 지난해 말 판매한 포탄의 5배를 제공하기로 지난달 미 정부와 합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는 상황도 포탄 제공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보도한다(동아일보 4.12.자). 국빈 방문 결정이 포탄 제공 결정의 댓가였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정부가 외교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소모성 무기인 포탄 제공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여 형식을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작년 10월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종 소비자를 미국으로 규정한 판매의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어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봐도 뻔한 것이 이번 포탄 대여는 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명백한 것이고, 특히 이번에 공개된 도청 정보에 의하면 김성한 실장 등이 미국이 요구하는 포탄은 우크라이나로 제공될 것이 명백한 것으로 보고 있고 그런 전제하에 대책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청 정보에는 김성환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 발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 관련 입장 변경 발표가 겹치게 되면 국민은 이 두개 사안 간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즉 국민들에게는 윤 대통령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포탄 제공 결정으로 워싱턴 국빈 방문을 구걸하였다는 생각을 들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 발표를 보면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지지도가 바닥이기 때문에 미국이 국빈 초청을 해준 것은 아주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국빈 방문은 누가 봐도 국가 정책에 반하여 포탄 제공을 결정하고 이로써 러시아와의 관계 파탄을 무릅쓰고 행해진 것과 댓가를 이룬 것으로 개인의 정치적 지지도 상승을 위해 국익에 반하는 일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성한-이문희 대화 도청 내용을 보면 그리고 그 이후에 김성한 이문희가 경질된 것으로 보면 이번 국빈 방문은 포탄 제공 결정을 댓가로 특별한 의제 없이 겉치레 용으로만 이루어 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아무런 성과도 없이 그저 갔다가 와인이나 한잔 마시고 돌아오는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지지도가 낮은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가 있으면 국가 정책에 반하는 일도 하고, 고위공직자도 해임하고, 외교관계를 파탄에 몰아 넣는 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약점이 많아 도청이 되었다면 자신의 약점을 미국이 모두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무리한 요구도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만 약점을 알까? 아마도 일본, 러시아, 중국, 북한도 다 알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면 거절할 것인가? 대통령직을 내려 놓을 작정을 하고 거절해야 할 것이고 이것도 어려운 선택이다. 직을 내려 놓으면 김건희 여사의 형사 처벌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가 위태로울 뿐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 전석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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