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코로나19 팬데믹 ‘희생양’ 되나
- 기획/특집 / 강보선 기자 / 2021-01-29 1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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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1주기 온라인 추모관.(사진=롯데그룹 제공) |
[프레스뉴스] 강보선 기자= 국내 대표기업 중의 하나로 꼽히는 롯데그룹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 결산 시가총액 30위 기업에서 롯데 계열사는 한 군데도 들지 못했고 그나마 롯데케미칼만이 30위권에 들었다. 한동안 요란했던 ‘형제의 난’을 승리로 이끌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확립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옛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월 15일 종가 기준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2019년 말에 비해 8%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삼성·현대차·SK·LG 4대 시총 증가율 35~85%가량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0% 올랐고 현재 코스피가 3000을 넘는 등 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활황세임을 고려하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먼저 양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하나로 엮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호텔롯데(또는 롯데호텔, 이하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최대주주이며 나머지 주요 지분을 일본롯데 투자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이 4.0%의 지분을 지닌 채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중이며 최대주주는 일본 광윤사로 28.1%, 다음으로 종업원 지주회사가 27.8%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문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고준샤, 光潤社) 대표이사이자 그 지분 50%+1표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형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 복귀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사를 설득할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다.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자신의 보유지분을 정리해 확보한 자금이 무려 93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 자금을 무기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재진입이나 동생의 지위 상실을 겨냥한 일본 내 소송전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동생에게는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에게도 이에 대항할 무기가 있는데 호텔롯데의 상장이 그것이다.
기업집단으로서 롯데는 2020년 1분기 말 현재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총 86개의 계열회사를 보유중이다. 그중 상장사는 10개사, 비상장사는 76개사인데 그룹의 핵심고리인 호텔롯데가 비상장사다.
만일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 그 결과 형의 지분을 줄인다면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는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간 롯데호텔은 이를 위한 기반 조성 작업을 치밀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호텔롯데의 주 매출원인 호텔과 면세점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이 일이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만 전년 대비 48% 감소했고 영업적자가 났다. 그밖에 호텔롯데는 자회사인 롯데렌탈의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세웠지만 같은 이유에서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롯데가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며 그룹의 성장과 경영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그야말로 비상한 수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순간 롯데가 마주한 가장 거대한 벽, 절체절명의 암초일 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인지, 연초 신년사에서 신동빈 회장은 “눈앞에 벽이 있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고 말했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Walls turned sideways are bridges)’는 인권 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롯데가 담대한 혁신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코로나19의 또다른 희생양이 될지,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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