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일 변호사의 법률상담소]그 회사는 아직 당신의 회사가 아닙니다

칼럼 / 오현일 변호사 / 2018-05-23 10:23:27
  • 카카오톡 보내기
주식의 양도 문제에 관한 소고
주식의 양도 문제에 관한 소고.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오늘은 바로 사례부터 살펴보자.


A 씨는 최근 잘 나간다는 게임 개발 사업을 하나 운영해보기로 마음먹고 회사를 매수하고자 적당한 회사를 물색하던 중 주식회사 D라는 게임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B 씨를 소개받아 해당 회사의 1인 주주이자 대표이사인 B 씨로부터 B의 주식 전부를 양수한다는 취지로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어디서 들어본 풍문은 있는지라 A 씨는 해당 계약서를 공증사무소에서 공증도 받아놓고 B 씨로부터 계약서에 인감도장도 날인받고 인감증명서도 하나 받아서 첨부해두었다. 이제 바야흐로 사업체 운영과 돈을 벌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때쯤, 웬걸 B 씨의 채권자라는 C 씨로부터 주식압류 통지를 받고 깜짝 놀라 B 씨에게 연락해 보았으나 B 씨는 벌써 잠적한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E 씨라는 사람은 자신이 별도로 B 씨에게 주식 전부를 양도받아 진정한 주주라면서 회사에 명의개서를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는 골치 아픈 상황이 돼버렸다. 주식회사 D는 누구의 회사인가?


사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비록 전문분야라고 딱히 내세우고 있는 분야는 없지만, 종전 경력 때문인지 이와 같은 작은 규모 회사의 인수나 합병(이른바 'M&A') 사례를 많이 수행하게 되는데, 이런 소규모 회사는 대부분 소위 '비상장회사'로서, 흔히들 쉽게 주주를 상대방으로 해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는 이제 자신의 회사가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미안한 말씀이지만 아직은 그 회사, 당시의 회사가 아니다. 주식 양수도 계약서에는 버젓이 "본건 계약을 체결한 날 대금을 전액 지급하고, 주식에 관한 일체의 권리는 양수인에게 이전된다"고 쓰여있는데 왜 그럴까?


우리 상법은 주식회사는 원칙적으로 주식을 표상하는 유가증권으로서 '주권'을 발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상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주식회사의 주식을 서로 사고팔고 양수도 할 때에는 그 '주권'이라는 것을 서로 간에 인도하고 교부함으로써 이행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접한 수백 개가 넘는 비상장회사에서 주권이라는 것을 발행한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우리 거래 현실은 '주권 미발행'을 사실상 원칙으로 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다.


문제는 그와 같이 주권이라는 증서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어떻게 사고팔고 하는가인데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는 마치 회사를 채무자로 양도인인 종전 주주를 채권자로 하는 일반적인 채권과 유사하게 보아 "지명채권 양도의 방식(논의의 편의를 위해 기명주식임을 전제로 한다)"으로 양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7529 판결 등 다수). 물론 법률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일반 채권의 양수도에서도 그냥 계약서만 쓰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자 거래계의 실상이나, 채권양도를 몇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채권양도에는 양도의 통지가 따른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채권양도의 양도통지의 규정인 민법 제450조의 규정은 문제의 사례와 같은 주권미발행 회사의 주식 양도통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기에, B 씨로부터 주식을 양수한다는 '주식양수도 계약'은 체결했으나 그에 대한 양도통지 절차가 없었던 A 씨의 사례에서 A 씨는 아직 주식회사 D의 주주가 아닌 것에 다름 아닐 뿐이다(법률상 보다 정확히는 주식의 양도와 이전은 '성립' 했으나, 그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양도통지의 대항요건 주의. 민법 제450조 참조).


결국 말이 좀 어렵지만 A 씨는 양도인 B 씨에 대해서는 자신이 주식의 양수인으로서 주주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주식회사 D에 대해서는 아직 주주임을 주장할 수 없고 나아가 제3자인 B씨의 채권자 C 씨나 제2 양수인인 E 씨에 대해서 역시 자신이 주식의 진정한 귀속자임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니 "그 회사는 아직 당신의 회사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례에서 몇 가지 추가를 해 보자. 만일 이 칼럼은 읽은 A 씨가 종전에 자신의 명의로 '주식의 양도 사실'을 회사에 양도통지했다면 결론은 달라질까? 아니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민법 제450조는 '양도의 통지'는 양수인이 해서는 아니 되고 양도인이 하도록 하고 있다. 양도인이 종전까지 진정한 권리자였으니 그로부터 의사를 확인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칼럼을 읽은 A 씨가 종전에 B 씨로부터 '양도통지서'에 날인을 받아 회사에 우편으로 보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A씨는 C 씨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 민법 제450조의 경우 제1항에서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외에도 제2항에서 <전항의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양도통지서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이 아니면 법원을 통한 압류(압류통지서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가 된다)를 한 C 씨한테는 대항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슬슬 회의가 밀려오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쪼그만 회사 하나 사는데 그것도 1인 주주한테 다 사 오는 건데 뭔 절차가 이래 번잡하고 복잡한가 하고. 외람된 말씀이나 주식의 양도가 적법하고 유효하게 이루어졌는지 그에 따라 실제로 유효한 주주의 지위 이전이 완료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는 아직 몇 가지 더 있다. 지면의 한계로 다 언급할 수는 없으나 정관에 양도의 제한은 없는지, 주주 간 계약에 다른 내용은 없는지 확인할 것도 제법 있고 계약서의 작성과 체결, 이행 절차 과정에서도 법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 그러니 필자와 같은 법률전문가가 그러한 계약 체결과 이행 과정에 자문 업무를 제공하고 있지 않겠는가.


노파심에서 한마디만 더 첨언하자. 쪼그만 회사 하나 많지도 않은 돈 투자해 사오는데 구태여 저렇게 번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나, 그냥 믿고 거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의문을 가진 당신. 오늘 사례의 A 씨도 바로 그렇게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오게 된 사람임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당신에게 날아오는 소송서류에 "아직 그 회사는 당신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을지 모를 일이다.


[ⓒ 프레스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