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withyou 당신에게 힘을
- 칼럼 / 김혜겸 변호사 / 2018-03-07 16:21:55
법무법인 광안 김혜겸 변호사.[사진=법무법인 광안] |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강제추행,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숨죽이는 생활만 해야 했다. "딸 같아서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참아야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 하면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식의 비난을 들었다.
최근 내가 진행 중인 사건의 의뢰인(이하 A양이라 한다)은 20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취직한 직장에서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뒤 정신적 충격으로 아직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A 씨는 성추행 및 희롱을 당한 과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여자 상사에게 이야기해 조언을 구했으나 오히려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가해자를 두둔하며 A양을 몰아갔다. '어떻게 해줄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라는 질문에 대해 가해자와 함께 근무하지 못하겠다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사회생활 제대로 못하냐'는 내용 및 가해자에 대해 1개월 감봉 및 공식 경고와 각서라는 솜방망이 징계절차뿐이었다.
이러한 회사의 태도는 A양의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회사를 관두라는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없다 생각했고, 결국 A양은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병원비 정도의 최소한의 보상도 하지 않았고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신고사실 통지서를 확인한 결과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라 기재돼 피해자인 A양은 실업급여조차 수령할 수 없는 위치로 첫 근무를 마치게 되었다.
이후 부당함을 느낀 A양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으나 조사관은 형식적으로는 적법한 절차이므로 민사소송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고 이를 들은 A양이 진정을 취하한 뒤 회사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회사는 적반하장으로 A양을 무고죄로 고소해 현재 형사소송 진행 중이다.
회사의 주장은 가해 당사자와 형사 절차를 마치고 합의를 끝냈으면 됐지 왜 회사에까지 손해를 끼치냐는 것인데 성범죄를 당한 갓 성인이 된 A양은 많은 것을 바랐던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를 원했던 것뿐이었다.
자신의 위치가 미약해서 이렇게 회사가 당당한가 싶어서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도 싶었지만 작은 회사의 막내 직원에 불과한 본인의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겠냐며 이를 포기했다.
또한 A양이 이를 언론에 노출하게 될 경우 무고죄로도 고소를 한 회사가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로도 고소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어린 A양은 더 이상 이런 절차를 밟는 것이 힘들다 생각해 결국 언론에 노출하겠다는 의지조차 무너지게 됐다.
이런 갑갑하고 숨 막혔던 상황이 불과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서지현 검사의 용기를 낸 한마디를 통해 곳곳에 숨 죽이고 있던 가슴 속 상처를 가지고 있던 수많은 A양이 유리성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들이 한 마디를 내뱉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인가. 실명 거론을 통해 온 나라에 신분이 노출돼 세상의 시선을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감내하는 이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 다짐을 했을 것인가.
그 마음에 온연히 공감하기에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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