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혁 칼럼] 젊은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칼럼 / 이주혁 / 2025-11-19 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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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칼럼]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 원장= 성형외과의 미용 파트 중 가장 큰 덩어리가 anti aging. 즉 항노화(회춘) 부분이다. 안티에이징이라는, 이 단어에는 인간이 수만 년동안 가장 깊이 고민했던 염원이 들어가 있다. 노화에 맞선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건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가라앉지 않으려 저항하는 것이나, 높은 데서 뛰어내린 사람이 떨어지지 않겠다고 저항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난 이상, 늙지 않을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지 않을 도리도 없다. 모두가 늙어간다. 그래서 나는 항노화라는 그 단어를 싫어한다. 노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늙어갈지를 고민하는 쪽이 옳다고 생각한다. 안티라는 말은 빼고 그저 Aging problem 이라고 쓰는 것이 맞을 것같다.


그 어떤 약물도 기계도 수술도 사람의 나이를 되돌리진 못한다. 노화를 멈추지도 못한다. 단지 노화로 인해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많이 쓰는 말로 '곱게 늙었다', '세련되게 나이를 먹는다'라는 느낌 말이다.

보톡스(보튤리눔 톡신)란 무엇인가? 

 

근육의 움직임을 마비시키는 성분이다. 얼굴은 많은 주름들이 존재하는데 (이마 주름, 미간 주름, 팔자 주름, 입가 주름....) 그 이유는 얼굴에 잘디 잘은 표정 주름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걔네가 맨날 쉬지않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말을 뒤집는다면, 얼굴에 주름이 안 생기려면 표정을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일부의 표정 주름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주는 것이다.


보톡스가 모든 표정주름에 좋을까? 

 

그게 그렇질 않다. 보톡스는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영역이 정해져 있다. 이마나 미간, 눈가 주름에는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입가쪽에 쓰면 표정이 이상해져 버린다. 눈밑에다 놔도 큰일 난다. 그래도 보툴리눔 톡신이 안티에이징의 대명사가 돼 있는 이유는 가장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늘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건, 이런 걸 갖고 아예 20대로 회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일부의 컴플렉스를 해소하고 자기 나이에서 더 세련되도록 관리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러란 요즘 거의 하이알뉴론산을 쓰는데, 옛날엔 '야매' 필러들이 무척 많았다. 그런 걸 얼굴 여기저기에 맞고 그 맞은 약물들이 살 밑에서 마구 돌아다녀 선풍기 아줌마처럼 되는 아주머니들이 참 많았다. 요즘은 그런 야매들이 많이 줄었다.


그 이유가 뭘까. 사람들이 양심적으로 각성해서? 아니다. 미용을 내걸고 개원한 병의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기 전공 과목을 버리고 미용으로 개원한 그 많은 병의원들이 저마다 호객행위를 하며 환자를 끌어모으려 경쟁하고 있으니 미용 목적의 필러 시술비가 계속 떨어진 것이다. 결국 1만원 미만으로까지 가게 됐다. 이런 식의 '박리다매' 판매의 대명사가 미용 필러라고 보면 되겠다. 

 

병원들은 이렇게 적은 마진의 시술을 하면서 어떻게 수지를 맞출까? 가장 많이 쓰는 게 '묶음 상품' 판매다.


필러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시술 (리쥬란, 써마지, 실 리프팅 등등)과 '묶음 상품'을 만들어 결국 내원 환자들이 단품 구매시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즉 '저가(최저가) 상품 마케팅(낚시임...) - 방문자 늘리기 - 방문 환자에게 묶음 상품 권유, 판촉 - 판매량 증가, 매출 증대 - 마케팅 비용 재투자' 혹은 SNS에 긍정 후기 작성 권유, 포인트나 할인 수여 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이렇게 마트에서 1+1 이나 2+1, 혹은 과자나 라면 띠로 묶어 저렴히 파는 묶음 상품 사듯 저렇게 얼굴에 시술/수술을 받는다면 그게 과연 환자 자신에게 '맞춤형' 방법이 맞을까?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얼굴 모양과 노화의 패턴을 갖고 있다. 눈 주변에 세월의 흔적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라 해도, 그 패턴은 천명이면 천명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 모두가 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문제를 그에 특화된 방법으로 해결받아야 맞는 것이 아닌가. 보톡스의 용량도 달라야 하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필러를 넣으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얼굴과 나의 얼굴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면 나에게는 나만의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안티에이징이란 바로 그런 '나의 문제'를 그에 맞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늙지 않으려 고민하는 것은 무가치하다. 어떻게 늙어갈까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병원에서 써마지 묶음상품이나 1+1 필러 이런 걸 돈주고 살 수는 있으나, 젊음을 돈주고 마트에서 사듯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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