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길의 화요칼럼] 해안도시는 ‘블루 이코노미’에 투자해야 한다.

칼럼 / 제종길 / 2024-10-22 21:15:45
  • 카카오톡 보내기

우린 오랫동안 바다의 가치를 깎아내려 왔다. 해안선을 줄이고 만을 간척하고, 가장 문제인 것은 강의 입구인 하구를 막는 것이다. 강과 바다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막은 것인데 1997년 코스탄자 등(Costanza et al. 1997) 여러 명의 연구진이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태계 중에 하구의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 진영에 참여하자 한 국회의원이 저자를 불러 이런 질문과 요구를 했다. “그 논문에 새만금이 포함되었느냐?” 아니라고 답하자, 다시 “그러면 내일 아침까지 논문을 번역해서 가지고 오라!”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간 연구소 부소장에게 저런 연구원 자르라고 했고, 예산을 깎겠다고 했다는 말을 후에 들었다. 물론 그 논문을 번역하지 않았다. 현재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어떤 나라도 하구를 막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 하구는 어패류의 주 생산지이자 산란장이고 보육장이다. 

 

우리나라의 어패류 사용 통계를 살펴보자. 2021년 어패류 자급율은 52%인데 1993년은 110%였고, 그 이후에 꾸준히 줄어들었다. 수산물의 주요 생산지(특히 조개류)인 시화호의 물막이공사가 완공된 것이 1994년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2008년에 만든 간척사업의 누적 면적과 패류(연체동물)의 수입량을 비교한 적이 있었다. 시화호 간척사업을 시점으로 수입이 시작되었고 가장 큰 조개 생산지인 새만금 지역이 간척되자 패류의 수입량이 소비량의 50%에 육박하였다. 우리나라는 일 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최근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일 인당 쌀 소비량이나 육류 소비량보다 많다. 그러니 앞으로 수입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3년 수산물시장 통계를 보면 2022년 수산물 전체 수입량은 약 8조 9천억 원이다. 위에서 어패류의 자급률이 약 52%인 걸 고려할 때 바다를 잘 관리했다면 1993년 이전 초대형 간척사업이 있기 이전 상황을 고려 하면 매년 약 4조의 가치가 해양 서식지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거나 훼손해서 생긴 손실로 보아도 될 듯하다. 

 

인터넷 언론 '플래닛 03'(2024)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시화호 수질을 개선하는데 1조 2천억이 들었는데 이는 건설비 6천 억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가끔 꼭 필요한 액수만 투자하고 바다를 살렸다면 지역에서 더욱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안산시에서 2017년 대부도 방아머리 해안에 인공모래를 덮었다. 비슷한 시기에 해양수산부의 ‘연안정비사업’으로 해안에서 퇴적물이 포락되는 것까지 잡자 관광객이 급증하고 코로나 때에도 현장 요식업소들은 현상 유지를 잘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연안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생태계, 오염, 보호지역, 어업 그리고 관광과 연안 개발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것을 '연안 통합관리'라고 한다. 이들 요소가 모두 서로 얽혀있고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안이 과도하게 개발됨으로써 연안습지 등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오염이 심화하였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이를 개선하는 방향의 하나로 연안 국가들에 연안 통합관리를 권고하였다. 우리 정부는 1998년에 ‘연안역관리법’을 재정하였고, 2022년에 ‘연안관리법’으로 개정하였다. '법의 기본이념' 조항을 보면 5개 항이 있는데 그 1항과 2항을 보자. “1. 공공의 이익에 적합하고 생태적ㆍ문화적ㆍ경제적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보전ㆍ이용 및 개발할 것. 2. 연안의 이용 및 개발은 연안 환경의 보전과 조화ㆍ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연안을 법의 기본취지와도 맞게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경제성까지 추구하는 것을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 청색경제)’이라 한다. 즉 해안과 해양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생태계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속 가능성까지 도모하자는 의미이다. 유엔도 '블루 이코노미'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유엔 정의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는, 중요 우선 과제는 지속 가능한 어업에서부터 생태계 건강, 오염 예방에 이르기까지 해양 지속가능성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더 잘 관리하는 것이다. 둘째는, 해양 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이전에 달성한 적이 없었던 국경(또는 경계)과 분야를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 

 

2022년에 개최된 ‘유엔 해양 회의(UN Ocean Conference)’에서는 “3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해양생물다양성에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으며, 해양 자원은 연 3조 달러(약 4,141조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수산업에서만 매년 2억 명을 고용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므로 미래 세대를 위해서 건강한 해양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해양의 가치를 못 보고 있었다. 이것은 경제 규모로 볼 때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제 위기나 세대 간 갈등이 있는 국가나 지역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블루 이코노미'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등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블루 이코노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국가들은 '블루 이코노미'를 첨단 과학과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려 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정했다. 미국 '블루 이코노미'에 기여하기 위하여 NOAA 데이터, 서비스 및 기술 자원을 강화하고 개선한다. / 파트너와 협력하여 미국 전역에서 '블루 이코노미'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비즈니스과 기업가 정신의 성장을 지원한다. / 국가 경제 회복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될 '블루 이코노미' 분야의 성장을 파악하고 지원한다.


이렇게 유엔까지 나서서 우리가 방치하고 난개발했던 해안과 해양에서 새로운 경제 발전의 모델을 발견하고, 물질적 이점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자는데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고 있다. 시화호와 여러 동아시아 회원국의 해역에서 연안 통합관리를 자문하는 기구인 ‘동아시아 해양환경관리 협력기구(Partnerships in Environmental Management for the Seas of East Asia: PEMSEA)’에서도 오래전부터 권장해 온 주제이다. 

 

시화호 권역에서도 다양한 주제들을 통합하고 경제적 편익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는 정책이 한시 빨리 필요하다. 안산시와 시흥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점점 낮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돌파구인 ‘블루 이코노미’를 익히고, 이에 투자해야 한다.

 

 

제종길 (사)도시인숲 이사장.

  

[ⓒ 프레스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댓글 1

박진한님 2024-10-23 12:17:29
지자체에서 블루이코노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전문가를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