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숙의 세상돋보기] 배가 산으로 가면 멈춰 세우는 게 시민의 의무

칼럼 / 강미숙 / 2022-10-13 20: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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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미숙 소셜칼럼리스트= 윤가 정부 사람들의 공통점은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합당한 비판임에도 무조건 잡아떼고 보는 못된 습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다지 정교하지도 못한 논리로 지엽말단의 작은 흠을 들어 본질을 덮어버리는 잔꾀를 부린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사과하고 넘어가면 더 문제삼기도 어려울 텐데 이들은 마치 사과가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인 양 절대불가를 외친다. 일본인들에게 사과는 곧 명예와 직결된 일이라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데 여러모로 그들의 기질과 습성을 닮았다. 그렇게 당당하면 할복이라도 해서 추호도 삿됨이 없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든지.

정진석의 말대로 조선이 무능해서 무너진 것 맞다. 그건 역사 이래 어느 나라, 어느 왕조나 예외가 아니다. 외침에 의해서라기보다 지도자의 자질부족과 정사는 뒤로 한 채 헤게모니 싸움에만 몰두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배층의 이전투구로 국력의 허점이 드러나 침략의 빌미를 제공한 탓에 나라가 망한 것이다. 고구려가 그랬고 신라가 그랬고 조선이 그랬다. 늘 내분이 본질이다.

그러나 그런 관점이라면 굳이 역사를 거들먹거릴 필요도 없다. 국가의 기강이 굳건하고 국민과의 신뢰와 소통, 기득권이 제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데 나라가 무너진 사례가 있기는 한가.

그런데 그것이 바로 본질이다. 그가 국민들에게 이 총체적인 난국의 본질을 상기시켜주었다. 국민들은 지금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5개월도 안된 정부가 국격을 곤두박질치게 하고 경제위기에 대응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며 일본에 조아리기만 하는 대통령이라니, 지금이 구한말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그때는 힘이 없어 당한 설움이라고나 하지 지금은 뭐가 부족해서 꼬붕을 자처한단 말인가.

미국과 일본의 동아시아의 군사전략에 놀아나고 경고목적으로 쏜 미사일이 내 나라 내 땅에, 그것도 유류창고 한가운데 떨어졌는데도 엠바고나 걸어 자국의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며, 국제무대에 가서 당당하게 외국 정상들과 인사 한 마디, 악수 한 번 청하지도 못하는 쪽팔림을 만회해보고자 부하들 앞에서 욕설로 분풀이를 하는 모지리, 그것도 모자라 비판한다고 언론사를 협박하는 자가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라니 불안해서 하루도 맘 편히 살 수 없지 않은가.

죽어도 청와대는 못 들어간다는 몽니에 사회적 약자와 서민지원 예산을 마구 끌어다쓰고 재난과 안보에 대응할 국가위기시스템과 국군지휘시스템이 각지로 흩어지고 어수선하니 막말로 전쟁이 난다해도 외신으로 접해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 툭하면 평양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겠다며 북침을 외치다 정작 전쟁이 나자 자신은 대전으로 도망가는 길에 서울을 지키라며 한강다리를 폭파하게 만든 이승만보다도 못한 자가 용산궁에 들어앉아 대통령 놀이에 빠져있으니 당장 전쟁이 난다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게 현실인데 어찌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단 말인가.

고구려가 망한 것은 당나라의 침략이었지만 엄밀히 말해 영류왕의 무능과 쿠데타를 일으킨 연개소문의 지방귀족들과 백성의 통합에 실패한 리더십의 부재였다. 그 결과 고구려 유민들은 오랜 세월 나라를 되찾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해야 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도 지배층의 무능과 리더십 부재로 인한 고통은 온전히 백성들의 몫이었고 구한 말 운요호 사건으로 시작된 통상압력 이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국주의 확장이라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권력욕과 이권 챙기기에 빠진 지배층의 몰염치는 민주정을 요구한 동학농민군의 피로 산천을 물들게 했고 지금은 100년 전보다 백배는 더 복잡하고 다변화된 국제정세를 외면한 채 국제적인 호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외눈박이 키클롭스인 저들에게 경제규모 세계 6위 따위는 속곳 화수분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닐 듯하고 무당놀음에 빠진 정신나간 왕비로 인한 백성들의 도탄은 오늘날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정진석의 말이 진정 친일사관이 아니라 풍전등화의 국가를 굳건히 하자는 애국심의 발로였다면 그 끝에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더이상 국민과 싸우는 데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정에 전념하자는 당부가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야당에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경제와 민생을 의제로 머리를 맞대자고 해야 하는 것이다. 농번기에는 부지깽이 손이라도 빌린다고 시급한 국정과제가 한둘이 아닌데 여당 야당 따지지 말고 문제해결에 전념하자고 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유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진심이었다면 식민사관이라는 야당과 국민의 비판에 메시지를 수정하면 된다. 속으로야 어찌됐든 메신저만 비난하지 말고 메시지는 읽어달라 읍소하면 된다. 지난 시절 저들의 조상들은 속으로야 어찌됐든 일단 고개를 숙이는 것부터 했건만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한술 더 떠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라고 호통치는 자가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이라니.

자신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마치 남 얘기하듯 하는 것도 놀랍지만 통합이 아니라 매사에 전 정부 탓, 전 대통령 소환에만 관심이 있고 고등학생의 예술작품에까지 통제와 억압으로 ‘통치’하겠다는 마수를 드러내고도 어찌 그리 당당한가. 풍전등화의 나라를 만든 장본인들이 되려 호통을 치고 있으니 왕을 겁박하여 나라를 팔아먹는 서류에 도장을 찍게 한 실로 구한말 친일 내각의 기시감이 드는 것이다.

정진석이 침략이 아니라 지배층의 무능과 이전투구로 나라가 망한 것이라고 말하려면 먼저 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는 게 순서다. 5개월로도 이지경인데 1년이 된다면 나라는 청, 일, 러에 갈갈이 찢겨나간 구한말 대한제국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말이다.

기후위기, 경제, 교육, 안보 등등 정치논리와 별개로 다루어져야 하는 모든 영역이 1백여년 전 지배층의 욕망, 무능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매국노들과 다름없이 이해관계에 근거한 즉자적 판단으로 결정한다면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국민의 위기감에 송구한 척이라도 해야 마땅한데 저들은 야당이나 국민에게 한치도 지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린다. 자막조작, 화면조작 운운하며 세무조사를 들이대는 저들은 검찰공화국을 넘어 전근대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 강미숙 소셜칼럼리스트.

어쩌겠나, 매흐멧 2세는 배를 산으로 옮겨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했지만 그만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정자와 지배층의 부패와 무능으로 외세의 침략에 직면했을 때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굴하지 않고 싸운 백성들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선장도 부선장도 비전이나 철학 없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가고, 승무원도 하라는대로 하는 꼭두각시를 자처한다면 답은 하나다.

 

배를 뒤집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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