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최태원 회장의 노소영 측 변호사 고소와 전략적 봉쇄소송

칼럼 / 전석진 / 2023-11-27 16: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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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2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뉴스1) 
[칼럼] 변호사 전석진= 1. 최태원 회장의 고소

최태원 SK그룹 회장(63)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2)의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를 24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 이 변호사를 형법·가사소송법·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달라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전날 서울가정법원에서 노 관장이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47)을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2015년 이후 만 보더라도 1000억 원이 넘는다”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11.23. 취재진에게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2015년 이후부터만 보더라도 1,000억 원이 넘는다"며 증여세 등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티앤씨재단(으로 간 부분)도 있고 현금이 바로 이체된 것, 친인척 계좌로 간 것, 카드를 쓴 내역도 있다"면서 "기초적인 자료는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고도 했다.

2. 전략적 봉쇄소송

권력이나 자본이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억제·위축시키기 위해 소송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전략적으로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을 제기·남발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봉쇄소송’(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 한다. 즉 “공공영역에 대한 비판적 참여를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소송행위”라는 뜻이다.

일명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은 통상적인 권리보호 수단이 아니라 정부나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이 시민들의 공적 참여를 위축시키기 위해 비정부단체나 개인 등을 대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제소자가 재판에서 승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상대방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다. 상대에게 비용 부담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본건에서는 재벌의 회장이 자신의 내연녀에게 적법하지 못한 방법으로 1,000억원 상당을 증여하여 증여세 포탈 등 여러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고 이것이 공적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에 대하여 최태원 회장은 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가. 미국 법
미국에서는 이러한 봉쇄소송이 헌법상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9년 기준 29개 주가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Anti-SLAPP law)’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의 소송을 법원이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는 장치다.

나. 헌법재판소
2021년 2월 헌법재판소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합헌 결정(2017헌마1113)을 내릴 당시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의견서를 보면,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의견서에는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는 ‘전략적 봉쇄소송’이 가능해졌고, 표현의 자유는 심대하게 위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형사절차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에 의한 표현의 자유 위축을 지적한 것이다.

형사고소가 비판 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 이를 “형사-SLAPP(criminal-SLAPP)”이라고 분류한다.

다. 위축 효과
권력기관이나 고위 공직자를 비판하는 기사를 최초 보도한 사람에게 소송을 제기하면 후속 보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소송은 피해를 배상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비판 여론이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목적이다. 비판적 발언을 하면 소송에 휘말릴 수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이다.

본건에서는 이 사건 이 변호사의 말을 보도한 언론 기관에 대하여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최초 언급자인 이 변호사에게만 형사고소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추가 고소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이 사건들 그리고 그 이전의 사건들을 보면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형사 소송이 비판적 보도를 제어하는 ‘재벌 권력의 무기’로 자리를 잡은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든다. 전략적 봉쇄소송이 제기된 경우 피고들의 대부분은 원고의 의도대로 자신의 발언이나 활동을 철회하거나, 추가적인 소제기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더 이상의 발언 혹은 정치적 참여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해당 소송의 피고가 아닌 자들에게 일종의 본보기로 작용하여 혹시나 자신도 전략적 봉쇄소송의 피고가 될 수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하고,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의견표명을 주저하게 하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학계에서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토론을 잠재우기 위한 주된 수단의 한가지(one of the main vehicles for silencing debate)”라고 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욕 (affront to free speech)”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변호사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소송은 소송을 이길 목적이 아니라 기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장에게 주었다는 1,000억원의 출처를 찾는다든가 하는 후속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재벌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은 재벌이 언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 폐해가 크다고 생각한다.

라. 전략적 봉쇄소송의 목적
전략적 봉쇄소송에서 원고는 대부분의 경우 승소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오히려 대부분의 전략적 봉쇄소송의 원고는 해당 소송이 판결까지 진행될 경우 패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원고의 목적은 피고로 하여금 소송과정에서 과다한 비용과 정신적 노력을 소모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략적 봉쇄소송의 원고는 소제기를 통하여 피고 외 제3자가 장래에 특정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노소영 관장의 법률대리인에 대한 형사 고소는 재벌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3. 역(逆) 전략적 봉쇄소송

이러한 소송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역(逆) 전략적 봉쇄소송(SLAPPBacks)을 들 수 있다. 이는 전략적 봉쇄소송의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원고의 소제기로 인해 자신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별개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효율적인 대응방안의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역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미국법상의 근거는 악의적인 제소(malicious prosecution), 절차의 남용(abuse of process) 등을 포함한다. 우리 법상으로는 고소권의 남용, 재벌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 자체의 위법 행위 등이 그 근거가 될 것이다.

나는 2021년 대장동 사건에서 내가 SK그룹이 화천대유의 실 소유자가 SK최태원 회장임이 추단된다고 발언한 것을 이유로 SK그룹 측이 명예훼손 형사 고소를 한 사실이 있다.

당시 화천대유 사건에 관하여 언론의 관심이 SK그룹과 최태원 회장 쪽으로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건에 관하여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피고발인(원고)을 고소하여 입을 막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발로서 다른 언론사에도 재갈을 물려(위축 효과(chilling effect)) 더 이상 SK 및 최태원 회장에 대한 보도를 못하게 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즉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형사 소송 제기행위는 인고의 세월로 이루어 놓은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고귀한 가치를 재벌권력이 서슴없이 파괴해 진실을 묻어버리려는 초헌법적 행위나 다름없다고 본다.

나는 SK에 대응하며 이 형사소송이 전략적 봉쇄소송의 실례라고 보고, 역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나는 이러한 내용의 재벌 그룹에 의한 소위 전략적 봉쇄소송은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이번 기회에 판례법으로 정립되어야 할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송은 현재도 경찰 조사와 법원의 1심 절차가 진행중이다.

최근에 밝혀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에 의하면 최태원 회장이 소유한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를 명의신탁 형식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내가 화천대유가 최태원 회장의 실소유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임이 증명이 된 것이다. 따라서 SK 그룹의 명예훼손 소송은 불법적인 전략적 봉쇄소송 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4. 이변호사 주장에 대한 나의 의견

내가 대장동 사건을 파해쳐 온 바에 의하면 나는 이 변호사의 위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화천대유의 실소유자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가 있다. 그리고 대장동 사건에서 화천대유를 포함하여 많은 관계회사들이 회계사들의 의견 거절을 받았다. 불법적인 자금 이동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노소영 측의 이 변호사가 과연 이 형사 고소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나의 경우와 같이 역(逆) 전략적 봉쇄소송(SLAPPBacks)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야 상대방의 주장을 알 수가 있고 그 주장에 대한 증거들을 검토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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