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AGI가 삼성전자 주가를 재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칼럼 / 전석진 / 2026-09-07 15:48:29
[칼럼] 변호사 전석진= 문제는 반도체 판매량이 아니라 ‘삼성전자는 어떤 기업인가’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Open AI는 어제 AGI 급 인공지능 아스트라를 발표했다. 앞으로 AGI(범용인공지능)에 가까운 기술이 등장하여 현재 생성형 AI보다 세 배, 다섯 배 빠르게 같은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견 악재처럼 보인다. AI가 같은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3분의 1로 줄어들면 기존 데이터센터의 처리능력이 사실상 세 배 높아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빅테크가 서버와 GPU, 메모리 반도체 증설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핵심은 한 번의 AI 작업에 필요한 연산량이 아니라 인류가 소비하는 ‘지능의 총량’이다.
1. AI가 효율적으로 될수록 오히려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다.
경제학에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있다. 자원을 사용하는 기술의 효율이 개선되면 소비량이 줄어들 것 같지만, 가격이 낮아지고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오히려 전체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AI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업들이 AI에 맡기는 일은 제한적이다. 문서작성, 검색, 번역, 코딩, 고객 응대 등이 중심이다. 그러나 AI의 성능이 크게 높아지고 사용비용이 3분의 1 또는 10분의 1로 내려간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업의 모든 계약서를 AI가 상시 검토하고, 모든 회계자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제약회사가 수백만 개의 후보물질을 동시에 시험하고, 제조기업이 수많은 설계를 AI로 시뮬레이션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나의 주장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AI의 효율이 향상될수록 AI 사용가격이 떨어지고 새로운 사용처가 나타나면서 전체 연산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AI 에이전트다.
현재의 AI는 사람이 질문해야 움직이지만, AGI에 가까운 AI 에이전트는 목표만 주어지면 스스로 자료를 찾고, 가설을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작업한다. 사람이 한 번 명령해도 AI 내부에서는 수백 번, 수천 번의 추론이 발생한다. 따라서 미래의 AI 연산량은 단순히 인간 사용자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총 AI 연산량= 1회당 연산량 × AI 에이전트 수 × 작업횟수 × 작동시간 이라는 새로운 구조로 바뀐다. AI는 인간과 달리 잠을 자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하루 24시간 작동한다. AI 한 번의 연산효율이 세 배 좋아져도 AI 사용량이 열 배, 백 배 증가한다면 반도체의 총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
2. 데이터센터 다음 시장은 ‘수십억 개의 AI 기기’다
AGI가 충분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AI는 데이터센터 밖으로 나온다.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공장의 기계와 각종 가전제품 속으로 들어간다. 이른바 온디바이스 AI 시대다. 이 변화가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단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대형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온디바이스 AI가 본격화되면 수요의 단위는 데이터센터의 서버 숫자가 아니라 세계 수십억 개의 스마트 기기가 된다. 그리고 AI가 각각의 기기 안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려면 연산장치 못지않게 메모리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모든 자료를 이해하는 AI 비서가 되고,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판단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카메라와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더 많은 용량과 더 높은 대역폭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내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다. AI 효율 향상은 반도체를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자동차·로봇 등 수십억 개의 기기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다. AI 시대에는 연산장치의 성능 못지않게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아무리 빠른 GPU가 있어도 메모리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연산장치는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메모리 월(Memory Wall)’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AI 경쟁은 단순히 가장 빠른 프로세서를 만드는 경쟁이 아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더 적은 전력으로 공급하는 메모리를 확보하는 경쟁이기도 하다. HBM을 비롯한 고대역폭 메모리가 AI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다.
3. 삼성전자 주가의 진짜 변화는 EPS보다 PER에서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를 볼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순한 반도체 판매량 증가가 아닐 수 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주가 = 주당순이익(EPS) × PER
지금까지 시장은 삼성전자를 대표적인 경기순환형 메모리 기업으로 평가해 왔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엄청난 이익을 내지만 공급과잉이 오면 가격과 이익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높은 이익을 내더라도 시장은 그 이익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낮은 PER을 부여해 왔다.
그런데 AGI가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과거 메모리 수요가 PC·스마트폰·서버 교체주기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AI 추론, 자율 AI 에이전트, 온디바이스 AI, 자율주행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겹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삼성전자를 더 이상 단순한 메모리 경기순환주로만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바로 여기에서 리레이팅(re-rating)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단순한 숫자로 설명해 보면 의미가 분명하다.
삼성전자 주당순이익을 약 6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PER 4배라면 기업가치는 주당 약 24만원이다. PER 6배라면 약 36만원, PER 8배라면 약 48만원, PER 10배라면 약 60만원, PER 12배라면 약 72만원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들이 목표주가라는 뜻이 아니다. 똑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시장이 삼성전자를 어떤 성격의 기업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두 배, 세 배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재평가는 이익이 반드시 두 배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시장이 삼성전자를 ‘PER 4배를 받는 경기순환형 메모리 기업’에서 ‘PER 8배 또는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는 AI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보기 시작한다면 상당한 기업가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위험도 있다. AI 모델의 효율이 갑자기 크게 개선되는 초기에는 빅테크가 기존 데이터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서버 증설을 잠시 늦출 수 있다. 이 경우 반도체 산업이 단기적인 ‘효율성 쇼크’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나 역시 이러한 단기 투자이연과 곧바로 수요가 확대되는 두 가능성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아야 할 지표는 하나다. AI의 효율성 향상 속도보다 세계의 AI 사용량 증가 속도가 더 빠른가. AI의 연산비용이 5분의 1이 되었지만 세계가 AI를 20배 더 사용한다면 전체 연산수요는 오히려 네 배가 된다. 그 AI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자동차, 로봇, 공장으로 확산된다면 반도체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단순히 메모리를 더 많이 판매하는 회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지능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GI 시대에 대한민국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내년 DRAM 가격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세계가 소비하는 인공지능의 총량이 얼마나 커질 것이며, 그 지능을 작동시키는 반도체와 메모리를 누가 공급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삼성전자 주가의 재평가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AGI가 현실화될수록 삼성전자는 ‘경기순환형 메모리 회사’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지능 인프라 기업’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의 AI·반도체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결론 ― 대한민국이 보아야 할 것은 ‘지능 소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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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석진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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