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숙의 세상돋보기] '용어'가 곧 '태도'다
- 칼럼 / 강미숙 / 2022-11-02 14:33:39
[칼럼] 강미숙 소셜칼럼리스트= 대한민국은 불과 7개월 만에 윤석열이 정하는 대로 돌아가는 전체주의 국가로 전락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상황파악도 미처 다 못한 상태에서 참사 24시간도 되기 전인 30일부터 11월 5일 자정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고 조기를 게양할 것과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검은 리본을 패용하라 지시했다.
더욱이 ‘근조’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게 뒤집어 패용하라는 공문이 하달되었다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군사독재 정권을 능가하고 있다. 이렇게 사상누각인 민주주의라니.
사회적 사건에 어떤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단순한 어휘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철학의 문제다.
이태원 ‘참사’ 대신 ‘사고’로 ‘희생자’ 대신 ‘사망자’, ‘부상자’로 용어를 통일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나라가 저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자유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이젠 정부가 보도지침도 내리고 애도하라고 국민의 감정도 강요하고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지침을 내린다.
유가족들의 동의도 없이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도 있는데 급하게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책임추궁하는 것을 애도가 먼저라며 반인간적인 태도로 몰고 간다. 희생자의 영정도 위패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추모하라는 것인가.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추모의 방식도 기간도 국가에서 정하고 국민안전의 최종책임자인 대통령 부부가 헌화를 한다. 이런 기괴스러운 장면은 독재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더욱 경악할 것은 지방정부든 언론이든 이를 순한 양처럼 받든다는 것이다. 야당도 뭐가 무서운지 국가가 국민의 감정까지 지시하고 통제하는 작태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이럴 때 국민을 대신하여 행정당국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 왜 이태원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냐, 왜 분향을 서두르냐 따져물어야 할 야당조차 '애도'에 갇혀 조심스러워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민다.
행정도 실종, 정치도 실종, 이게 2022 대한민국이다. 그나마 외국인 희생자들이 있어 외국의 분석과 보도에 기대야 하는 현실이 쪽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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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소셜칼럼리스트. |
이게 정녕 예측불가한 자연적인 사고였나, 대답하라.
국가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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