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K9과 램제트 포탄, 한국은 전장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
- 칼럼 / 전석진 / 2026-04-16 14: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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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9 자주포 해상 사격훈련 모습.(사진= 뉴스1) |
램제트 포탄은 단순히 멀리 날아가는 포탄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포병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무기다. 지금까지 포병은 대체로 후방에서 곡사화력을 제공하는 지원전력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램제트 기술이 결합된 포탄은 이야기가 다르다. 발사 후에도 추진을 계속해 고속을 유지하고, 훨씬 먼 거리까지 날아가며, 종말 단계에서도 위협적인 속도를 잃지 않는다. 포병이 더 이상 지원화력에 머무르지 않고 적의 핵심 표적을 깊숙이 찌르는 전략타격 수단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방공망에 가하는 압박이다. 오늘의 방공체계는 주로 항공기와 미사일을 상정해 구축돼 있다. 하지만 램제트 포탄은 다르다. 크기는 작고, 속도는 빠르며, 탄체는 단단하다. 미사일처럼 크고 탐지하기 쉬운 표적이 아니라, 작은 강체가 초고속으로 날아드는 셈이다. 게다가 포병의 본질은 대량·동시 발사에 있다. 수십 발, 수백 발이 한꺼번에 날아들 경우 기존 방공망은 탐지, 추적, 요격의 전 단계에서 심각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램제트 포탄이야말로 현재의 방공 개념에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무기다.
미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미 육군은 사거리 연장을 위한 ERCA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장포신 운용에서 드러난 포신 마모와 체계 통합 문제 앞에서 결국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었다. 이 사례는 초장거리 포병이 결코 포신만 길게 만든다고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사거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내구성, 탄약의 성숙도, 자동화 체계, 유지와 생산의 현실성이다. 무기 개발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체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K9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K9의 진짜 강점은 이미 검증된 플랫폼이라는 데 있다. 실전적 신뢰성과 수출 경쟁력을 입증한 자주포 위에 사거리연장탄, 정밀유도탄, 그리고 장차 램제트 포탄까지 단계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다른 나라가 새 포와 새 탄을 한꺼번에 만들다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한국은 검증된 플랫폼 위에 차세대 탄약을 얹는 방식으로 훨씬 현실적이고 강한 길을 택해 왔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전력화의 완성도를 중시한 전략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적 파급력이다. K9은 이미 세계 자주포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램제트 포탄이 본격화되는 순간, 그것은 단지 한국군의 신형 무기가 아니라 K9을 도입한 여러 나라에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업그레이드 패키지가 된다. 포를 다시 팔지 않아도 된다. 이미 팔린 플랫폼에 미래 전장의 능력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무기 수출이 장비 판매를 넘어 전장 개념의 수출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결국 램제트 포탄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다. 누가 미래 포병의 표준을 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이 K9이라는 검증된 플랫폼 위에 램제트 포탄까지 성공적으로 결합한다면, 한국은 더 이상 좋은 무기를 만드는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포병 전력의 방향을 설계하는 나라가 된다.
전장의 역사는 늘 같았다. 미래를 먼저 상상한 나라가 아니라, 그것을 체계로 완성한 나라가 승자였다. 지금 한국은 그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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