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 칼럼 / 김요한 / 2021-12-03 04:08:30
김요한 새물결플러스 대표
1. 윤석열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등극한 현재의 상황은 대한민국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온갖 추문과 위법 행위에 함량미달의 인물이 복수심과 이기심에 눈이 먼 지지자들로부터 40% 전후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이 아직도 우리 정치가 후진국형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2. 거기에 더해 전두환의 죽음 역시 우리사회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창'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두환의 죽음을 계기로 우파-수구 성향의 포털과 사이트에는 전두환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글들이 난무한다. 그의 장례식장을 찾는다는 사람들의 기괴한 복장과 행태 역시 마치 930-40년대의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어서 화들짝 놀라게 된다.
3. 한편에서는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경제성장, 문화적 역량,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방역 등을 논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극우-수구의 독버섯이 비온 뒤 버섯들이 자라듯이 잔뜩 번져 있는 양상이다. 자칫 이대로 간다면 단순한 이념과 계급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사회가 힘겹게 쟁취해 왔던 대부분의 성취들을 극우 집단이 모두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그런 세상이 펼쳐질까 두렵다. 심히 두렵다.
4. 어떻게 이 문제들을 해결해갈까? 우선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정치를 실용적인 방향으로 계속 바꿔가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이념 중심으로 첨예하게 갈라진 정치 지형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양쪽 진영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대결 일변도의 정치적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런 상황은 보수-진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진보 진영에서라도 계속해서 실용적인 정치인들을 배출하고 당선시켜서 국민들로 하여금 소위 '정치의 효능'을 맛보게 해야 한다. 향후 10년 동안 그 일이 잘 이루어진다면 그때가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권을 선택하는 기준이 '어느 편'이기보다는 '누가 일을 더 잘하는지' 쪽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그런 세상이 하루속히 와야 한다. 그러려면 진보도 이제는 '유능'해야 한다. 유능한 진보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 행정의 본질을 꿰뜷어보고 무엇보다 공직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유능함이 필수다.
다음으로, 시민교양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혹은 시민교양 네트워크가 작동되어야 한다. 시민교양 수준이 높아져야만 그래서 역사, 사회, 개인에 대한 비판적 성찰 능력이 향상되어야만 전두환, 윤석열 같은 인간들이 대중의 호응과 지지를 받는 사회적 역리 현상이 소멸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참으로 천박하고 척박하다. 얼마 안 되는 인문학 자산은 상업주의에 포획되었고, 대다수는 책을 읽고 사유하며 자신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일에 둔박하거나 무능하다. 그 사이로 자극적인 기술문명이 횡행하며,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정신을 골병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방치하기 때문에 작금의 역사 퇴행 현상이 버젓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세번째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꺼냈지만 솔직히 나는 우리 교육이 어디서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왜 우리 세대와 비교해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고난이도 수능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실제로는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낼 수 없으며, 역사 인식이 빈약하며, 희한한 공정 개념을 저토록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지, 아무래도 꼰대 세대인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만약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우리 교육의 취약점을 바로 꿰뚫고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밑바닥부터 대수술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해마다 막대한 교육 예산(국가 예산+ 사교육비용)을 쏟아부으면서도 우리가 거두는 열매란 것은 결국 극단적 우익 성향의 '일베' 형 인간을 대거 양성하는 것 외에는 달리 없다면 이 얼마나 불행하고 허무한 일인가?
5. 결국 세상이 제대로 바뀌려면 정권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그 이전에 사회의 기본 토대인 '사람'을 바꾸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과 그 사람을 키워내는 토양을 그대로 놔둔 채 권력의 상층부를 어느 집단이 장악했느냐로는 한국 사회가 결코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벌써 여러 번의 실험으로 자명해졌다.
향후 진보 혹은 민주 정부의 과제는 여기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칫하면 윤석열 같은 이들에 의해서 그간의 작은 성취마저 일거에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같은 이를 앞세워 극우-수구 진영의 반동 현상 역시 더욱 거세질 것이다.
나는 그런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가 갈 길이 아직도 멀구나'라는 점을 절감한다.
전두환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역사의 반동과 퇴행을 서슴없이 자인하는 자들의 미친 춤사위를 보노라니, 앞으로 이명박, 박근혜가 세상을 떠날 때에도 또다시 저런 기괴한 짓거리들이 되풀이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번 대선에서 져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잡고, 정치의 효능을 높여가며, 한국사회의 저변의 토양을 하나하나 성실하게 바꿔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도 갈 길이 정말 멀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오늘 당장 그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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