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칼럼] "진정성이 없거나 실력이 없거나"
- 칼럼 / 이언주 / 2023-03-12 19:41:06
[칼럼] 이언주 전 국회의원= 나는 국민의힘 당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한민국 정치인"이며, 그 이전에 보편적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다.
내가 믿는 "보수"의 가치는 국가와 민족의 역사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내가 믿는 "자유"의 가치는, 개인의 배상받고 사죄받을 권리 즉, 자유를 국가권력이 멋대로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한 인간이자 딸이고 엄마로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그들의 삶이 슬프고, 또한 정치인으로서, 나라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원망스럽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힘이 약해서든 현실적 이유에서든 그들을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아졌으니 적어도 우리가 더이상 그들을 힘들게 하는데 앞장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만만한 한국 기업 팔 비틀어 배상을 대신하라는 것도 너무나 잔인하다. 그들이 뭔 죄를 지었나?
생각해 보라. 지금 피해자들에게 이 상황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일본측으로부터 사과받을 생각일랑 말고, 돈이 필요한 모양인데 한국 기업한테 받고 떨어져라"는 식의 태도...
모멸감도 이런 모멸감이 있을까? 과거 나라 없어서 온갖 설움 속에 박해받고 차별받다가 이제 살만해지고 대등해져서 이젠 내 목소리 내야겠다고 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나에게 이럴 줄이야... 안받아 들이겠다고 하니, "너 때문에 일본이 합의 안하겠다잖아!" 이런 식으로 탓하며 압박한다면... 이게 과거 완장차고 국민들 압박하던 앞잡이들하고 무엇이 다른가? 그들의 상처를 어쩔건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대신이라도 빌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윽박질러 해결될 수 없고, 급히 가다가 넘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일관계의 진전과 미래를 "진실되게" 원한다면 이렇게 해선 안된다. 나는 윤 정부의 이런 성급하고 무리한 해법은 "진정성이 없거나 실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피해자가 받지 않겠다는데 판결의 효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혹여 우리기업한테 공탁이라도 시켜서 해결하려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볼 때, 과연 기업들이 정치적 이유로 이유없는 변제를 했을 때 생길 배임 내지 제3자뇌물 등의 법적 리스크를 부담할지도 의문이지만... 일본은 절대 그런 상태에서는 수출규제도 풀지 않을 거고, 어떠한 확정적 합의도 하지 않을 텐데, 도대체 어쩔 건지 모르겠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성급하게도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발표부터 덥썩 해버린 셈이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말이다. 일본처럼 용의주도한 나라가 종국적 해결도 안된 문제를 믿고, 국민들 설득도 안되어 레임덕 온 뒤에 어찌될지도 모르는 일을 믿고 덥석 합의할 리는 없다고 본다. 평소 일본 스타일로 보면 자칫 적반하장격으로 나올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일 그리 되면 윤 대통령이야 자기 잘못이니 누굴 탓할까마는 문제는 우리나라가, 우리 국민이 당할 국제적 망신이고 신뢰추락이고 자존심 훼손이다. 큰일이다. 일본하고 잘 해결하고 진짜 미래로 가고 싶었으면 오히려 신중하게 한발한발 갔어야 한다.
지난번 위안부합의 갖고 대법관들 기소한 게 바로 윤 대통령이었는데 그때하고도 모순된다. "너는 안되지만, 나는 된다"인가? 과연 그럴까?
아니면, 국민을 속이는 건가?
무슨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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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전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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