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는 없어졌지만...' 시리아의 안갯속 미래

국제 / 채정병 특파원 / 2024-12-13 01: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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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과 공존이냐 분열과 충돌이냐 기로에 선 시리아
1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이 요르단의 최남단 항구도시 아카바에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요르단 외무부 제공)

[프레스뉴스] 채정병 특파원=1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동순방의 첫 일정으로 요르단을 방문해 압둘라 2세 국왕과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을 만나 시리아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

 

지난 8일, 시리아는 북부 알레포에서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온 반군에 의해 수도 다마스쿠스가 함락되고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54년간 시리아를 통치해 온 부자세습 사회주의 독재정권이 막을 내렸다.

 

이렇게 급변한 시리아 상황을 놓고 블링컨과 사파디 장관은 "시리아 국민들의 열망과 의지를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시리아의 안보와 안정된 미래를 위해 시리아 주도의 정치체제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12월, 튀니지로부터 시작된 아랍의 봄의 파장이 시리아에 영향을 주면서 2011년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시리아 전역을 휩쓸었고, 이를 무력으로 제압한 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으면서 13년간 피의 철권통치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5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50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해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유럽 등지로 흩어지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지난 11월 하순부터 러시아, 이란의 지원이 약해진 틈을 타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중심으로 하는 시리아 반군 연합이 주요 도시와 기지들을 점령하고 최종적으로 수도를 점령함으로써 시리아는 현재 반군의 영향 하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13년간 아사드에 대항해 싸워온 반군 세력이 파악된 것만 20개가 넘고 이슬람 세속주의부터 원리주의, 알카에다와 IS, 체첸 및 중앙아시아지역 출신들이 속한 크고 작은 조직들이 각자의 힘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시리아는 주도권 싸움의 장으로 변해 유혈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곳곳에서 이념과 세력의 충돌을 경험한 터라 시리아의 안정된 미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전 초기에 국제사회가 아사드의 축출과 시리아 민주화를 위해 반군을 지원했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반군조직들로 인해 구심점이 사라졌고, 오히려 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단체들이 세력을 키우며 서방을 위협했다.  이 때문에 지금 13년간 내전을 끌어 온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음에도 국제사회가 선뜻 시리아의 재건과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이 기회에 시리아와 이란과의 연계를 확실히 끊겠다는 목표로 연일 시리아 내 군사 및 주요시설들을 공격하고 있어 시리아의 상황은 이전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에만 약 130만명의 시리아인들이 살고 있는데 중동 및 서방정세의 악화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대폭 줄면서 난민 수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아사드의 탄압을 피해 피난 온 시리아인들의 자국 귀환을 희망하지만 시리아의 안보와 안정을 전제로 한 자발적 귀환을 돕는다는 입장이다.

 

독재자의 억압에서 벗어나 포용과 공존으로 안정을 되찾을지, 아니면 분열과 충돌의 악순환이 전개될지 시리아의 미래를 놓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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