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픔.. 요르단 가자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국제 / 채정병 특파원 / 2025-02-19 01: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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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가자 팔레스타인 난민들.. "가자주민 강제이주 절대 안돼!"
▲ 18일(현지시간) 요르단 북부에 위치한 제라쉬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일명 '가자 캠프' 전경

[프레스뉴스] 채정병 특파원=4만6천명 사망, 10만9천명 부상, 90% 주택, 건물 파괴... 이는 15개월여 동안 제주도 면적의 약 5분의1에 해당하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참혹한 결과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에 의해 땅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한 200만 가자지구 주민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울하고 참담한 상황이다. 

 

이런 가자지구 내 주민들 못지 않게 수십년 간 고통받고 있는 또 한 부류의 가자 사람들... 그들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에 의해 요르단으로 쫓겨나온 난민들이다.  요르단에는 10개의 유엔 공식 팔레스타인 난민캠프가 존재한다.  이 중 유일하게 가자출신 팔레스타인 난민들만 모여 사는 곳이 요르단 북부에 위치한 제라쉬(Jerash) 캠프다.

 

▲ 18일(현지시간) 제라쉬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학생들이 등하교를 하고 있다.  많은 학생수로 인해 학교들이 2부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1968년에 세워진 이 캠프는 0.75제곱킬로미터 면적에 3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10개의 팔레스타인 난민캠프들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가장 열악하고, 가장 형편이 어려운 캠프로 꼽힌다.  다른 캠프들에 비해 유독 빈곤한 이유는 이들만 요르단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르단에서 시민권 없이는 합법적으로 취직할 수 없고, 집이나 토지를 소유할 수도 없다.  생계를 위해 일용직이나 잡일에 뛰어 들지만 고용주에게 일당을 받지 못해도 하소연 할 곳 없는 사람들이 가자 난민들이다.  이런 가자 출신이 요르단에만 15만명이 살고 있다.

 

▲ 18일(현지시간) 인터뷰 한 술레이만(왼쪽 첫번째)씨가 손자(가운데), 아들(오른쪽 첫번째)과 사진을 찍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본 기자는 제라쉬 캠프가 세워진 1968년부터 살아온 술레이만(남.62)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가자남부 칸 유니스 출신으로 4살때 부모와 함께 요르단으로 피난왔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재능을 보여 수단의 와디나일 대학교로 유학을 다녀왔고, 아동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이례적으로 요르단 공립학교 교사로 18년간 일할 수 있었다.  가자 출신이기에 취업할 수 없는 신분이지만 당시 요르단에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특별채용 되었다고 한다.

 

8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을 두었지만 모두 일정한 직업 없이 하루하루 노동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나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은 생계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역에 대한 구호가 집중되면서 캠프 지원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캠프 내 생계형 범죄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요르단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묻자 술레이만씨는 "시민권은 바라지도 않고 가자출신들에게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만이라도 주어지면 좋겠다."며 소망을 말했다.  모든 팔레스타인 출신들이 그렇듯 그 또한 언젠가 고향땅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고 한다.  최근 트럼프가 언급한 가자주민 이주 구상에 대해서는 "가자 주민들은 결코 그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그곳에서 죽기를 각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르단 인구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 출신들이지만 유독 가자 출신들에게만 허용되지 않는 이 금단의 영역, 이 얄궂은 운명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그의 말과 태도에서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자주민 수용은 곧 팔레스타인 국가를 부인하는 것" 이에 대해 누구보다 확고한 이들이 가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자주민 강제이주 반대"는 현재 요르단을 포함한 아랍국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향후 요르단과 이집트가 트럼프의 가자주민 수용 압박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또 아랍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가자이슈가 중동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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