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칼럼] 강제징용 해법, 국익?
- 칼럼 / 이언주 / 2023-03-08 22:05:50
[칼럼] 이언주 전 국회의원= 한일간 강제징용 문제를 무리하게 해결하고 한일, 한미 회담을 서두르는 배경이 참으로 걱정된다.
강제징용 문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결국 우리나라가 향후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찍소리 한번 못하고 그냥 끌려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다. 당연하지만, 동아시아 안보와 관련하여 우리의 국가이익과 미국, 일본의 국가이익은 조금씩 다르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경제영토의 확장 정도인데 비해, 일본은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한 재무장화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목표도 변했다. 과거 냉전기에는 체제경쟁기였기에 한국 미국은 북한통제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는 북핵통제가 목표라면 미국은 북한도 북한이지만 중국의 영향력통제로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한미동맹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패권을 두고 중국과 라이벌 관계에 있어서(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대중국견제 및 미국의 대리인 역할에 더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일본을 동맹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입장에선 우리에게 어떠한 안보위기가 닥치더라도 일본의 군사력 정도, 한일간의 과거사 및 불신 등에 비추어 굳이 일본의 도움이 긴요하지 않고, 지금같은 일본의 스탠스라면 장기적으로 또다른 분쟁의 불씨만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핵통제를 위해 한미동맹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선 일본이 동맹에 끼어야 이 동맹이 단순히 북핵 확장억제가 아니라 사실상 아시아에서의 대중국견제용 동맹 즉 동아시아에서 유럽의 나토 같은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다른 점은 나토는 다자이고 이 동맹은 소수라 이해관계의 희석이 잘 안되고, 독일에 비해 일본은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데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반중 정서도 강하고 우리로서도 권위주의국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중국과의 무력충돌에 앞장서거나 경제적으로 담을 쌓길 원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요컨대, 지금 우리는 우리의 국가이익과 충돌하는데도 일본이 의도한 프레임 혹은 미국이 의도한 프레임에 그냥 빨려들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제 아무리 한미동맹이 중요해도 북한과의 무력충돌상황 우려, 미중 세력의 충돌지점이 한반도가 될 우려, 일본의 재무장화를 용인하게 되는 계기가 될 우려, 잘 되더라도 향후 북한개발 및 일본 개입과 지분 문제 등의 면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은 우리의 국가이익을 무시당하고 미국과 일본의 국가이익 중심으로 흘러 갈까봐 우려할 수 밖에 없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상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우리는 그러한 전략적 레버리지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일본과 미국에 끌려다니는 반갑지 않은 상황을 자꾸 목도하고 있다.
이는 초기에 너무 넙죽 엎드려 모든 걸 양보해 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이번 강제징용건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미국과의 반도체 재협상도, IRA 재협상(중국에서의 생산기간 유예)도 남아있고, 한미일간도 군사동맹이 아니라 낮은 협력에서 시작하면서 신뢰가 쌓이고 일본이 하는 걸 봐가면서 줄 걸 줘야 한다.
우리가 일본한테 뭐가 아쉬웠는가? 일본을 보라. 다 양보한다고 발표했는데도 일본은 수출규제건도 다시 대화를 재개한다고만 하지 않는가? 사실 소부장도 이미 국산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꼭 다시 규제를 푸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단 말이다.
지금 우린 과거 미군을 따라다니며 초콜릿이나 얻어먹던 50년대 피난시절이 아니다. 온갖 굴욕을 감내하며 일본으로부터 기술 하나라도 얻으려던 70년대도 아니다. 비굴함을 각오하며 헝그리정신을 다지던 그 시대의 헌신을 인정하지만 이제는 그 눈높이 외교로는 곤란하다. 외국어 좀 잘하고 외국인 친구 많은 게 외교의 다가 아니고, 외국인만 보면 와~하며 주눅들던 시절이 아니다.
2023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략적 외교"를 해야 한다. 글로벌기업과 BTS, G7의 세대다. 울 아들세대 보면 온라인상에서 글로벌하게 편먹고 영어로 채팅하면서 배틀 붙는 시대,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역동성이 일본과 비교되지 않고,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어디에 빌붙는 게 아니라 서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는, 우리나라의 국가이익을 챙기는... "주체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외교와 통상을 해야 한다.
각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이 있고 넙죽 엎드린다고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다.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과거의 경험과 시각으로 어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들의 길을 너무 좁히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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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전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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