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간 충돌에 대해

칼럼 /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2018-09-21 16: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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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검찰의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2018 국정감사가 파행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한국당 심재철의원이 정부구매카드 사용 정보를 다운로드했다는 사유로 기재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간 공방 끝에 개회 30분 만에 정회됐다. 경제상황은 이토록 심각한데, 국회가 민생은 제쳐놓고 부질없는 싸움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안타깝다.

 

법적 공방은 기재부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기재부는 한국당 심재철의원이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을 무단 열람하고 자료를 내려 받은 사실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다. 기재부는 심재철 의원실에서 국가의 예산과 회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청와대 총리실 대법원 등 30여 개 기관의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빼내,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정부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은 기재부에서 접속권한을 승인받아 정해진 방법으로 세출예산 집행 상황을 알 수 있는 재정정보를 입수했을 뿐이라며 정면 반박하면서, 무고로 맞고소를 했다.

 

심재철 의원은 청와대 공직자들이 정부구매카드를 단란주점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청와대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매우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다.

 

재정정보시스템(d-Brain)이란 예산의 편성과 집행, 국유재산의 관리, 회계결산 등 재정활동의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디지털플랫폼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국고 관련 공무원들이 이용자다. 하루에도 접속 이용 건수는 수십만건에 달한다. d-Brain2007년부터 가동됐고, 201212월부터는 모바일 접속도 가능하다. 2016년 관련법이 제정돼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으로 한국재정정보원이 설립돼 d-Brain을 운영 관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정부구매카드 사용정보는 d-Brain에 포함돼 있다.

 

정부 회계의 결산은 감사원 감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에, 감사원은 d-Brain에 접속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국가회계의 예·결산 심사 책임을 맡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국회는 정부에 예·결산 심사 작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d-Brain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을 했고, 정부는 국회 직원들에게 제한적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패스워드와 ID를 제공했다.

 

양측의 팽팽한 공방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분석해보기로 하자.

 

첫째,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허술하게 d-Brain 시스템 보안관리를 한 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ID를 활용해 d-Brain을 이용하신 분이 14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d-Brain 시스템 내에는 중요한 국가 기밀급 정보가 무수히 저장돼 있다. 백스페이스 작동으로 허가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백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고, 운영·유지보수인력도 수백명에 달하는 방대한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초보적 수준의 시스템 보안관리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은 상식 밖이다. 퇴직한 공무원에 대한 ID와 패스워드가 관리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둘째, 청와대 공무원들이 단란주점에서 정부구매카드 사용했다면 현행 법 위반이다. 정부구매카드는 클린카드로 단란주점이나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제도화 돼있다. 언론에는 심심치 않게 정부 예산이 카드깡 등으로 부정사용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공직자의 도덕성을 가릴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에, 검찰은 사실여부를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셋째, 기획재정부 주장에 오류가 있다. OLAP은 요약· 분석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구매카드 사용 건별 정보가 OLAP에 들어있었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차제에 선진국의 Government Purchasing Card제도처럼 우리의 정부구매카드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클링턴 정부가 처음 채택했고, 이후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각국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정부구매카드 시스템이 선진국과 다른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선진국의 경우, 국민들이 모든 정부구매카드 사용 정보를 실시간기준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정부구매카드 사용금액은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이런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고위공직자가 유럽에 출장을 고급호텔에 숙박했는데, 시민의 제보로 문제가 돼 사임한 바 있다.

 

둘째, 선진국은 Level 3 통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클린 제도는 Level 1 통제로, 단란주점 등의 업종에서 사용할 수 없다. 선진국의 시스템은 Level 3 통제는 지출 항목(Line Item)별 통제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식사는 할 수 있지만, 술은 먹을 수 없다. POS에서 주류항목 결제요청은 거부되기 때문이다.

 

셋째, 대부분의 카드결제는 사전 통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공무원에게 월간 휘발유 300리터의 예산배정이 되어 있을 경우, 월별로 300리터를 초과하는 정부구매카드 결제승인요청은 거부된다. 유류 공급업체와의 사전 단가 할인계약에 따라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예산절감효과도 상당하다.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선진국은 이런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예산수립과 집행관련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할인혜택을 받아 소액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면, 앞에 언급한 사건은 애초부터 발생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부정에 대한 관리는 사후적으로 적발 통제하는 것보다, 사전에 발생을 예방하는 사전적 통제가 훨씬 효율적이다. 국민소득만 크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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