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교체보다 자영업 통계 구축이 시급하다

칼럼 /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2018-08-30 10: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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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일자리 창출 성과와 소득 분배 악화 통계 발표이후, 통계청장이 교체되었다. 경질성 인사시비와 통계조사방법 변경 등과 관련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통계는 소프트웨어 인프라이다. 경제 발전을 위한 고속도로나 항만 등의 하드웨어 인프라에 비해 절대로 중요성이 낮다고 할 수 없다. 통계는 모든 정책의 입안이나 집행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이나 사회변화 추세에 따라 새로운 통계가 생성되기 마련이다. FTA를 체결하면서 농축산업에 대한 통계가 세밀하게 발표되고 있고, 결혼이민이나 외국인근로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관련 통계가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통계는 예외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내 한·FTA 발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1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TV광고를 통해 만일 정쟁으로 금년 내 한·FTA가 발효되지 못한다면 하루 40억 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의 압박에 밀려 국회는 20151130일 한·FTA를 비준 처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156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 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20155월 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포함한 4개 국책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FTA 영향평가라는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농수산 시장 개방 충격 최소화를 위해, 발효 이후 10년간 4783억원을 지원하는 보완 대책을 수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세 중소상공인 분야의 산업별로 예상되는 손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후 정부는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영향 평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의 용약보고서는 20161월에 발표되었다. 이미 국회비준처리가 끝난 후에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한 마디로 당시 정부의 한·FTA와 관련한 사전 준비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중소상공인 산업별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정확한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으니, 적절한 보완대책도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2015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보고서 3쪽을 보면, ‘·FTA체결 후 10년 동안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5만3964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지만, 농수산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6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TA 체결 후 향후 10년간 사라지게 될 일자리 숫자를 어떻게 끝자리 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분석방법의 정밀함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자영업 분야의 고용효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정부가 한·FTA 국회비준과 관련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즈음 주얼리 산업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국회를 찾아가 간담회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했었고, 정부관계자들을 찾아가 읍소를 했었다. 대만이 중국과 양안협정을 체결한 지 몇 년 만에 대만의 주얼리 산업이 인건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초토화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주얼리 산업 대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종사자 수가 30만 명에 달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3만 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했다.

 

배 떠난 이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DB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환언하면,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조사에 필요한 기초자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중소상공인 산업별 피해영향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농업 분야의 콩, 팥 등 작물별로 피해예상 규모를 정밀하게 예측한 것과 비교하면 한 숨만 나온다.

 

또한, 이 보고서는 ·FTA201512월말부터 시행됨에 따라 2016년 소상공인 지원사업이 한·FTA와 관련된 사항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년도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예산 편성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나 정부의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업계 형편이 너무 열악해 제대로 사업자 단체조차 구성되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악세사리산업이나, 봉제산업, 그리고, 완구산업 종사자들은 산업자체가 붕괴될 상태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 뭘 요구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다. 백 만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동대문시장의 붕괴 신호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용한 3만 명이라는 수치는 경제총조사 통계에 근거를 두고 있다. 경제총조사란 국내 산업 전체의 생산 · 고용 · 비용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적합한 경제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국의 사업체 전체를 동일시점에 통일된 기준으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비유해 경제센서스라고도 불린다. 2011년 처음 실시한 후 5년 주기로 조사가 이뤄지는데, 조사원이 사업자등록 유무와 관계없이 사업장을 방문해 전수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주얼리 가공업자를 포함한 다수의 소상공인들에게 물어보니 통계조사원의 방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통계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만시지탄일지라도, 정밀한 중소상공인 통계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만 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정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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