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결원의 주택청약시스템 한국감정원 이관, 정말 필요한가?

칼럼 /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2018-09-27 0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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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정청약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청약시스템 관리 주체를 현재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부정 청약 등의 사례가 만연했던 것은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지, 금융결제원의 잘못은 아니다. 이런 까닭에 국토교통부의 발표는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눈 흘기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국가주의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금융결제원은 주택청약시스템을 지난 18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 1999년 건설교통부는 주택은행이 전담하고 있던 입주자저축 취급기관을 모든 은행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청약통장 중복계좌 방지, 청약접수 등의 업무를 금융결제원에 맡겼고, 20003월 금융결제원을 청약시스템 운영기관(전산관리지정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 9·13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청약업무의 공적 기능 강화차원에서, 각종 금융,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 운영해 부정 청약 등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의 주장이 옳은지 따져보기로 하자.

 

첫째, 부정 청약 방지 등은 시스템 연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부정 청약 등의 문제가 발생한 사유는 국토교통부의 주택소유확인시스템이 금융결제원의 주택청약시스템과 인터페이스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 연동이 돼 있다면 불법 청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금융결제원에 시스템 연동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금융결제원은 금년 11월 가동을 목표로 실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국토교통부가 9·13 부동산을 통해 시스템 이관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금융결제원 노조가 당하고 일방적인 청약업무 이관 시도에 대해 일치단결하여 맞서 싸울 것임을 천명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예산 낭비는 막아야 할 것이다. 시스템 개발 예산은 100억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멀쩡하게 안정적으로 작동돼는 시스템을 놔두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금융분야 전문성 부족으로 시스템 운영비용도 훨씬 더 소요될 것이다. 또한, 15개 은행이 부담할 시스템 변경비용도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행정안전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정부부처는 자체사업을 수행할 때, 예산절감을 위해 금융관련 업무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처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수천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국토교통부만 거꾸로 가고 있다. 아무리 세수 풍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할지라도, 한 푼이라도 아껴 복지확충이나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할 것이다.

 

셋째, 시스템 개발과 안정화 기간 중 국민편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금융정보는 행정정보 못지않게 높은 수준의 보안성 관리가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적 분야이며, 행망과는 다른 차원의 보안관리 기법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스템 개발 기간을 1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시스템 안정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2~3년은 소요될 것이다. 금융시스템 보안 전문성까지 고려하면 그 기간은 훨씬 더 긴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청약업무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오류 발생 시 막대한 규모의 개인 재산권 침해를 유발할 수 있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업무다. 한국감정원은 감사원으로부터 개인정보 및 보안관리의 부적정성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고,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의 부주의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지적받은 바 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스템 이관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넷째, 행정협력비용 증가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비영리기관이지만, 한국감정원은 공기업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다. 금융결제원은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금융 중계업무를 수행해 왔고, 다수의 해외 시스템 수출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주택청약시스템의 상당부분은 금융 분야와 관련돼 있다. 한국감정원은 금융 시스템 관련 노하우가 부족한 까닭에 운영과정에서 많은 시행오차를 겪어야 할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성 추구를 위해 늘어난 비용을 은행과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게 될 것이다.

 

다섯째, 제 식구 챙기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2015년 감정3법의 국회 통과로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감정평가에 대한 적정성 조사권한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한국감정원은 수익구조 확충을 위해 다방면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한국감정원의 총수입금액 중 자체수입비중은 40%정도이다. 이 비율이 50% 미만이 되면, 공공기관운영법 제40조 제4항에 따라 한국감정원은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예산안에 대한 정부로부터 예산안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한국감정원은 이런 정부로부터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강한 로비활동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칫 국토교통부가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섯째, 한국감정원은 급여 수준을 맞춰 관련 직원들을 흡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수십명에 달하는 금융결제원의 주택청약시스템 운영관리자들의 불만은 클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금융정보를 다루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 반면,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정보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급여 수준 보다는 직무안정성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부정 청약 등을 방지하려면, 주택청약시스템은 국토교통부의 주택소유확인시스템은 물론,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정보DB와의 연동도 필요하다. 금융결제원은 2014년부터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정보 DB와 전용선으로 연계해 신분증 진위 확인을 통한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를 실시간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행망 연동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에서 수행할 수 없는 분야에 보충적 기능으로 만족해야 옳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에 충실해야지 선수로 뛰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주택청약시스템의 한국감정원 이관 계획은 원점에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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