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설명보다 추심이 먼저?…"고객 부주의 서명 탓"

금융 / 김혜리 / 2018-08-03 15:46:23
  • 카카오톡 보내기
'서명'으로 대위변제까지…대출금 대신 갚는 임대인<br>대법원, 금융사 중요약관 '설명의무 소홀' 지적
<사진=이슈타임DB>

(이슈타임)김혜리 기자=#2015년 12월 임차인 A씨는 임대인 B씨의 아파트를 2년간 빌리는 조건으로 보증금 1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당시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며 `질권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통해 보증금 1억7000만원 중 1억6320만원을 추심할 수 있는 `질권`을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 B씨는 A씨와 동부화재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질권이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서 채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을 뜻하며, 이러한 권리가 발생하는 것을 `질권설정`이라고 한다.


이후 2017년 3월, A씨가 개인 사정으로 전세 기간을 채우지 못해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B씨는 A씨가 전세대출을 받은 사실을 모르고 A씨에게 전세금을 반환했다. A씨는 전세금 1억7000만원 중 1억3600만원을 대출한 상태였다.


B씨가 A씨의 전세자금대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18년 2월이었다. 동부화재로부터 추심 연락을 받은 B씨는 A씨의 전세자금대출 여부를 알게 됐고, 동부화재는 A씨에게 `질권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들며 B씨의 아파트를 가압류(1억3783만원)했다.


이처럼 금융사가 전세자금대출 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임차인 대신 변제에 나서는 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대출성·투자성·보장성 등 모든 유형의 상품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상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설명 의무`를 갖고 있다.


또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 취지가 명시돼있다.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약관의 내용이 어렵거나 생소하다면 사업자는 고객에게 따로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현대캐피탈이 대출 고객에게 어렵거나 중요한 약관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계약한 뒤 발생한 채무에 대해 면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3년 4월 C씨는 보증금 2억1000만원에 D씨의 아파트를 2년간 임차했다. C씨는 현대캐피탈로부터 1억8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으며 현대캐피탈은 대출 시 C씨의 보증금 2억1000만원 중 1억2960만원을 추심할 수 있는 질권을 설정했다. 문제는 D씨가 E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발생했다.


현대캐피탈은 C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지급청구 소송에 승소했으나 변제할 자력이 없던 C씨에게서 어떤 돈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이후 C씨가 현대캐피탈로부터 대출받아 초기 임대차 관계를 설정했던 D씨에게 1억2960만원을 갚으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E씨가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해 D씨와 C씨의 임대차 관계를 승계했기 때문에 D씨는 C씨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고 판단했으나 현대캐피탈은 D씨가 E씨에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현대캐피탈에 매매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책임을 물으며 "D씨는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1심, 2심에 걸쳐 `회사가 설명하지 않았다면 약관이라 해도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법원은 현대캐피탈의 `설명 의무 소홀`을 지적하면서 D씨에 대한 채무를 면제해준 것이다.


DB손해보험은 이와 관련해 "정해진 절차대로 했을 뿐"이라며 "임대인이 계약서를 잘 확인하지 않고 부주의하게 서명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김하연 씨(가명)는 "회사에서 대출상품 판매시 약관 설명에 대한 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상품 특성 상 약관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방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채권·채무를 비롯한 금전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서명에 대해서는 용어나 약관에 대한 설명이 명확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형식적인 서명을 받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프레스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