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일 변호사의 법률상담소]당신의 계약서는 안전하십니까?

칼럼 / 김담희 / 2017-10-31 13: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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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의 사전적 법률검토로 분쟁과 손해를 예방할 수 있어
사전에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야 법률 분쟁과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올해로 10년째 변호사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문서 중에 하나가 계약서다. 계약서는 거의 모든 분쟁의 출발점이자 도착지다. 계약서 문구 하나로 멀쩡한 재산이 공중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적지 않은 금액이 걸린 소송의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계약의 당사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계약서가 과연 '안전'한지 여부도 모른 채 무심히 "싸인(sign)"하고 있다.


필자가 취급했던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작은 가공업체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발주처에서 제법 큰 규모의 계약을 하나 수주했는데, 이 계약에 납품할 원재료를 매입해오면서 늘상 하던대로 총 계약금액의 10% 가량을 계약금으로 발주처로부터 지급받았고, 또 이를 납품업체 지급했다. 그러면서 발주처와 납품업체가 제시하는 계약서를 별다른 의심없이 날인했는데 계약서 내용 중 오직 총 계약대금과 최초 계약금의 액수 및 지급 날짜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물론 해당 계약이 늘상 해왔던 것처럼 이행되고 완료되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세상일이라는게 매번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 발주처에서는 갑자기 계약취소를 통보해왔고 이에 따라 A씨 역시 납품업체에 계약 취소를 통보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는 납품업체에서는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최초에 지급한 계약금을 몰취하겠다고 통보하고 나선 반면 정작 일방적으로 계약불이행을 통보한 발주처에서는 계약서상에 계약금 몰취 조항이 없다면서 별도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지급한 계약금의 몰취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A씨 사건의 대략적인 개요인데, 다행히 이 사건에서는 2심까지 가는 공방 끝에 양자간의 합의로 사건은 끝났지만, 1심은 물론 2심에서도 줄곧 A씨를 괴롭혔던 것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간주하는 '위약금 조항'이 계약서상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위 '거래 관념상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내용은 실은 법률적으로 볼 때 '계약서상 규정이 있어야' 인정될 수 있는 내용이다(민법 제565조 및 제398조 등 참조). 필자의 경험상 계약금을 정하는 규정은 있지만 이를 위약금으로 보는 조항이 없는 계약서는 실 사례상 의외로 종종 있고 이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실 얼핏 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다시 말해 계약서 조항이 없더라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임에도 '계약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법률상 인정되고 확정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필자가 다수 수행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계약 체결 업무 특히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거래 관련 계약은 보통 수십 페이지에 걸쳐 수백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계약서를 날인하는 것으로 체결되는데 얼핏보면 많은 조항이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오해될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조항이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기관에서는 그 조항의 일부 기재나 문구를 수정하고 검토하는데 적지 않은 자문료를 소요하여 가며 전문 변호사의 법률검토를 필수적으로 받고 있다. 해당 계약서의 글자 하나, 문구 한구절 때문에 수십 수백억의 금전 채권 채무 관계가 발생하고 변동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의 아쉬움은 이러한 "계약서의 법률검토"가 단지 수백 수십억 단위의 대규모 계약이나 전문 금융거래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앞서 A씨의 사례에서도 그렇지만, 계약 체결 이전에 약간의 시간과 비용으로 해당 계약서의 법률검토를 거쳤더라면 최소한 2심까지 이어지는 지리한 법정공방과 그에 소모된 적지 않은 소송비용은 전부 절감이 가능한 비용이었을 것이다. 물론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매출’이 줄어드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A씨 사례에서는 다행히 합의로 해결되었지만, 법정공방의 결론이 불리한 방향으로 끝나게 된다면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손실과 비용은 ‘계약서 검토’에 소요된 비용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다.


물품공급계약이나 기술 개발 계약, 인수합병 계약과 같이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물론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과 같이 실생활에 직접 맞닿아 있는 곳에서도 수많은 계약이 지금 체결되고 있고 그 계약에 따라 우리의 법적 지위가 좌우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계약에서 우리는 '믿고 거래한다'고 쉽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법률적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 과연 '당신의 계약서는 안전한가?'


법무법인 광안 오현일 변호사 프로필.[사진=법무법인 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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