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산 명성교회 김홍선 목사 "세월호가 주는 교훈, 잊지 않길"

경제/산업 / 윤선영 / 2017-09-18 11: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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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마을 공동체 회복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
안산 명성교회 김홍선 목사.[사진=김홍선 목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햇수로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세월호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겹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산 명성교회 김홍선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될, 평생 기억해야 할 아픔이라고 말했다.



Q. 명성교회는 세월호 참사로 6명의 학생이 희생된 교회다. 세월호 참사 당시 그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셨을 텐데?


세월호 참사는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다. 3년이 넘은 지금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충격이나 아픔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명성교회는 단원고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교인 가운데 희생자 가족이 있다. 제게는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게 곧 일상이다. 세월호 참사는 제 머릿속과 생활 속에서 떠날 수가 없다.



Q. 목사님께서도 트라우마가 있으실 텐데?


희생자 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 생존 학생들이 겪는 만큼은 아니겠지만 간접 피해자로서 나름대로의 트라우마는 있는 것 같다. 참사 초창기 때에는 차를 타면 답답한 기분이 드는 등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트라우마도 있었다. 지금은 신체적인 트라우마는 없지만 세월호라는 이슈가 제 삶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Q.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를 받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받지 않았다. 목사는 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항상 직면하고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교인들로부터 보통 사람들은 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만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신체적으로 상당한 충격이 나타났다고 한다면 치료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만성이 돼서 그런지 이와 관련한 치료를 받아본 적은 없다.



Q. 세월호 참사 직후 현장에 내려가신 걸로 알고 있다. 당시 현장 상황은 어땠는지?


처음 진도 체육관에 들어서서 목격한 것은 이제껏 보지 못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가장 잊히지 않는 건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부모들의 절규였다. 동물 관련 다큐나 영화, 소설 등을 보면 새끼가 위험에 처하거나 없어졌을 때 부모들이 울부짖지 않나. 마치 그런 것 같았다. 자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올바른 언어가 어떻게 나오겠나. 한 명이 아닌 수백 명의 부모들의 비통한 절규 및 울음, 작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쓰러져있는 부모들의 모습을 동시다발적으로 목격했다.



Q. 동네 분위기 역시 말이 아니었을 텐데.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250명이 단원고 학생이다. 미수습자를 제외한 단원고 학생 전원이 장례를 치를 때 단원고를 들렀다 갔다. 250대의 장례버스가 5월 내내 교회 앞길을 지나갔다. 이 동네 사람들은 250구를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동네는 원래 활기차고 정이 넘치는 그런 동네였지만 당시에는 고요한 적막감만 흘렀다.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을 보내며 다들 속으로 눈물을 삼킬 뿐이었다.


안산 명성교회 옆에 위치한 '힐링센터0416쉼과힘'[사진=윤선영 기자]

Q. 교회 옆에 '힐링센터0416쉼과힘'을 개관하셨다.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힐링은 치유와 회복이라는 말로 개념을 잡았다. 치유와 회복의 대상은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간접적인 피해를 받은 마을 이웃 두 그룹이다.
우리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를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는지 연습도 경험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간에 오해가 빚어졌다. 이웃들 입장에서는 유가족들에게 섣불리 말을 건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차마 말을 건네지 못했다. 반면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절실했다. 특히 유가족들이 지금은 광화문 등으로 돌아다니고 있지만 언젠간 집으로 돌아올 것 아닌가.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달려와서 함께 울고 서로 위로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세월호 유가족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미리 치유와 회복의 공간을 준비를 해놓으셨다는 말씀이신지?


그렇다. 일종의 예열 난방 같은 거다. 추운 날 외출한 다음 집에 돌아와서 난방을 켜면 집안에 있는데도 한동안 춥지 않나. 그러나 미리 타이머를 맞춰놓고 예열 난방을 해놓으면 집에 돌아왔을 때 바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힐링센터0416쉼과힘'은 바로 그런 곳이다. 예열 난방식으로 유가족들이 돌아올 날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Q. '힐링센터0416쉼과힘'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크게 상담사업과 공동체 회복으로 나눌 수 있다. 상담 치료는 말 그대로 정말 상담이다. 공동체 회복은 문화로써 주민들을 어루만지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오케스트라, 힐링댄스 청소년뮤지컬, 청춘노래교실 등이 진행된다. 청춘노래교실은 어르신분들을 위한 것이다. 손주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자식을 잃은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를 바라봐야 했던 노인분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노래를 통해 슬픔과 상처를 씻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당초 '힐링센터0416쉼과힘'이 설립될 때 최대 3년간 운영하자는 계획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힐링센터0416쉼과힘'은 어떻게 되는 건지?


'힐링센터0416쉼과힘'의 건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년도에 지역사회의 봉사 복지 공간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그때와 같이 복지관 본연의 사명, '문화복지커뮤니티센터'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운영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 사업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복지커뮤니티센터'를 통해 이웃들과 함께 기쁨 및 슬픔을 나누며 트라우마가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시대의 큰 아픔이고 슬픔이다. 그러나 이것이 주는 교훈이 하나 있다. 바로 '소중한 생명과 안전한 국가'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이 같은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노란 리본이나 노란 뱃지를 다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큰 치료제와 버팀목이 된다. 그러니 항상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공감지수도 높아질 테고 결국 우리 사회가 살맛 나는 사회로 거듭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힐링센터0416쉼과힘' 소생의 정원에서 바라본 단원고등학교.[사진=윤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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