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칼럼] 제국주의, 검찰 권한쟁의 심판 청구 유감

칼럼 / 진혜원 / 2022-07-07 17:44:45
  • 카카오톡 보내기

 

[칼럼] 진혜원 검사= 영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명저 '제국'에는 제국주의 시절 당시 영국과 인도, 인도인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억나는 내용 위주로 요약합니다)

"상위 카스트의 브라만 인도인들은 영국 상류층과 동화되는 것이 자기들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영국식 교육을 하는 학교를 설립하고 제국주의 영국을 적극 활용해서 인도 내 영국 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고 하층민들을 다스리는 것을 좋아했다"

최근 사내 게시판에 법무부장관과 검사 몇 분이 헌법재판소에 국회(국회의장)를 상대로 수사권 침해를 이유로 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때 제출한 청구서와 가처분신청서가 올라와 읽어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검찰 제도는 일제시대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도입됐습니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고문과 자백 위주의 수사 관행, 조서 재판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됐습니다.

즉, 일본 제국에 협력한 검사(당시에 한국인은 검사는 아니었고, 일본인인 검사들을 도와 조서를 작성한 한국인 검찰 수사관들이 해방 후에 즉시 검사로 직무가 변경된 경우가 많았습니다)에 의한 수사, 고문, 조서 재판의 역사가 현행 헌법보다 오래됐다는 의미입니다.

니얼 퍼거슨의 '제국'을 읽으면서 제국주의 시대에 도입된 검찰 제도의 부작용이 영국 제국주의가 인도에 남긴 흔적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300년 가까이 인도를 지배한 영국은 중반기 이후 2년에 걸친 세포이 항쟁이라는 강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영국 제국주의에 적극 협력한 일부 브라만 계급의 활약에 힘입어 그 뒤로도 거의 100년 가까이 더 강력하게 인도를 지배하고 착취할 수 있었습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국가기관이 그 상대방을 대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헌법재판 절차입니다.

현재 검사정원법상 검사의 수는 2,292명입니다(검찰총장도 검사이나, 공석이기 때문에 현원은 2,290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중 6분 정도가 자기의 수사권한을 침해당했다고 국회(의장)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씌어 있습니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정치적 관점과 법률적 관점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정치적 관점

검찰청법상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제한했다고 광고된 것과 전혀 달리 사실상 거의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령의 개정으로 개정안 자체를 무력화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회의장 중재안보다 더 후퇴한 목적이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필요 자체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대통령령의 내용에 따라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대통령령은 국무회의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청구인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이 국무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면, 그 자체가 검찰공화국 정립을 위해 한 단계 더 나아아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기각되더라도 기각 이유에 따라 수사권을 무한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립하게 됩니다.

이 경우, 홍보업자들은 '위대한 OOO 장관, 지고도 이겼다, 역시 천재천재!!!'라고 홍보해 줄 명분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포석을 함께 계획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뭔가 업적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2. 헌법(법리)적 관점

법리적으로는 검사를 '수사의 통제자'로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수사-기소-집행'까지 다 하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설정할 것인지는 국회가 입법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가 헌법에 언급된 것은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도가 최초이며, 민주화항쟁 이후인 1987년 이후에 개정된 헌법에서도 검사를 두 번 언급한 1980년 헌법 규정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헌법에는 체포, 구속, 주거에 대한 압수, 수색은 검사가 신청(청구)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라고만 규정되어 있고, 검사가직접 수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찰 기타 다른 기관이 수사를 하고, 검사는 강제수사(영장이 필요한 수사)를 감독하는 역할만 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헌법에 언급이 없는 경우 '입법사항'이라고 하여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의결한 입법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원칙'이고,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입법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입니다.

영국에서는 원래 검사라는 제도가 없이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다 했다가 1980년대에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검사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입법됐기 때문에 '검사'라는 기관이 반드시 수사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한 때 수사-기소-재판을 모두 한 기관이 담당한 시기도 많았습니다(판관 포청천, 춘향전에서 암행어사로 부임한 이도령 등 ㅋ).

특히, 우리나라는 수사권한을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특별사법경찰관들에게 일부 부여하고 있는데, 이들의 소속은 행정안전부이거나 지방자치단체이거나 기타 정부 중앙부처 소속입니다.

즉, 민주공화국에서 법치주의 원칙은 권력분립원칙, 평등 원칙 등 각종 헌법 원칙들과 아울러 민주주의 원칙의 하부 원칙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며, 수사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지는 국회가 정할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오징어처럼, 검사를 수사기관으로 할지, 아니면 수사의 통제자(이 경우 수사 자체는 다른 기관이 담당)로 할지는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검사도 있기 때문에 6명이 검사 전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7월 12일로 예정됐다는 구두변론절차에 권한을 전혀 침해당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가진 검사의 의견도 구두로 변론되어야 할 것 같지만, 국회가 그러한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는 의문입니다.

3. 개인적 소회

권력은 분할될수록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 보장됩니다.

수사권한은 검사들의 천부인권이 아니며, 기소권한, 재판권한과 분할되는 것이 국민의 자유와 행복 보장에 더욱 필요합니다.

영국 제국주의에 협력해서 부와 지위를 확보한 브라만 계급을 연상시키는 일본 제국주의 협력 기관의 지위를 그대로 해방 전 상태로 유지시켜 달라는 청구를 보는 듯한 느낌에 대장에 무리가 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프레스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