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도시의 미래는 선택에 달려있다.

칼럼 / 서한석 / 2024-10-16 16: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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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번영은 해당 도시 시민들의 행복의 열쇠이다. 도시의 부흥과 쇠퇴는 그 도시가 어떻게 도시화되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명품 도시를 지향한다면 어떤 도시 모델을 만들려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솔로션)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도시가 시민들의 행복을 보장하려면 어떤 도시인지 그 특성과 그에 따른 발전전략이 합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많은 도시일수록 도시 발전의 필수적 요소로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하면 도시가 발전하고 번영한다는 그릇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휘황찬란한 새 건물은 정체하거나 쇠퇴하는 도시의 미관을 멋드러진 모습으로 만들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근본 문제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활기가 적은 도시의 대표적 특징은 경제 규모에 비해 주택과 인프라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건물을 짓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건물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행동은 어리석은 것이며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핵심을 모르는 근시안적 행위이다”(도시의 승리 인용)


위에서 인용한 말은 하버드 경제학과 에드워드 그레인저 교수의 밀리언셀러 ‘도시의 승리’라는 저서에 나온 생각이다. 이 말의 관점은 도시가 생산성과 즐거움이 풍부한 장소로 번성할 수 있으려면 거대 건축 지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도시가 거대한 건축물을 지으면 쇠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착각인 셈이다. 근사하게 보이는 신축건물이 도시의 성공을 가져온다는 일반 관념은 필요 이상으로 건물들이 많은 도시에 계속해서 건물을 짓게 만드는 악순환 행위를 반복하게 한다. 결국은 도시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가 사람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이와같은 일들이 유사하게 안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위 초지동 역세권 개발이란 프로젝트가 시민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개발하려는 안산도시공사는 안산의 랜드마크, 대규모 판매 문화시설, 개발 이익을 고려한 고밀도 아파트 공급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에 반대하는 관계자들은 불투명한 사업 청사진에 대해 전체적으로 부정적 시각과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양분된 생각들이 합의점을 못 찾을 때는 논쟁이 소모적으로 치닫기 전에 원점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산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노른자, 알토란 같은 부지에 가장 적합한 개발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분명하려면 안산이란 도시의 발전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분석이 필요하다. 안산은 그동안 산업도시, 해양도시, 환경도시 등등의 컨셉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그 무엇도 안산을 번창하게 하고 발전을 가져오는 전략이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도시 발전 방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문화 판매 시설과 랜드마크라는 거대 건축물이 안산을 발전시키리란 보장은 더더욱 기대하면 안되는 것이다. 향후 발전전략도 없이 그저 건축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제시하는 도시의 발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인접성, 혼잡성, 친밀성을 특징으로 하며 소규모 기업들과 숙련된 시민들이 많을 때 번성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안산시는 생활 편의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도시의 번영을 보장하는 요소인 숙련된 거주민을 데려올 수 있는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사람을 통해 도시를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인간의 창조성을 이끌어 낼 때 가능하다고 한다. 안산시에 유효한 도시 발전 청사진이 부실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창발성과 창의력을 투영시킬 수 있는 개발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단순히 대형 개발업체와 기존 개발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론 도시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지점들을 고려해 봐야 좋을 것 같다.


첫째, 숙련되고 향상된 사람들이 모이는 창의적 공간을 창출하려면 성수동이나 서촌, 북촌, 또는 홍대앞이나 여의도 더 현대,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핫플레이스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성수동, 북촌이나 더 현대, 판교는 전혀 다른 상반된 성격의 핫플레이스다. 성수동은 구 도시와 공장지대를 개발한 것이고, 더 현대는 가장 상업화되고 부유한 지역의 첨단 시설이다. 초지동 역세권 개발이 어떤 것을 참조할지는 분석해봐야 하겠지만 두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을 목표로 개발할 것인가는 참 고민되고 지난한 작업이다. 개발을 위한 용역으로는 그런 작업이 여의치가 않으므로 보다 다양한 도시 전문가들의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전문 식견이 필요하다.


둘째, 대규모 주택과 같은 실익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건축물은 결국은 개발 잉여와 주변 부동산의 가치 상승을 고려하여 선택된 방식일 것이다. 거기다가 개발예정지 주변 시민들의 민원을 수용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그런데 고밀도 아파트가 현재 안산에 적합한지는 삼척동자도 헤아릴 수 있다. 각종 재개발에 인구 감소가 진행된 도시에서 또 다른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 공급보다는 특색있는 주거 단지를 고민할 때이다. 그런데 초지 역세권의 땅값이 매우 높고 개발되는 인근 땅값을 올리는 견인차로 작용할 터이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그럴 경우에 공공개발을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인근에 문화의 전당, 와스타디움 등 문화 체육시설이 있어 그것도 선택지가 좁다. 그러니 세계의 명품도시들이 어떻게 찬사를 받고 유명하게 되었는지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진전된 내용을 준비하려면 출발점에서 재검토하고 안산의 도시 발전 전략과 청사진을 확립하는 과정을 좀더 조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개발 청사진이 제시되고 그것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방식은 구태의연하다. 민관정의 협력을 잘 이끌어가야 한다. 행정과 정치영역, 전문가 영역, 지역의 리더그룹 등등의 논의와 검토를 충분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좀 시간이 걸리고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개발 담당자들은 이런 과정이 매우 소중함을 자각해야 하고 훈련을 해야 명품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적합한 역량을 가진 인적 자원들이 될 수 있다. 안산시와 안산도시공사는 이런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음이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을 보면 이해 관계자들의 각자 노력들이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전략이란 측면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대규모 랜드마크라는 계획이 왜 필요한지, 여러 선택지 중에 왜 가장 좋은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도식화된 계획으로는 안산시의 미래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 지금은 무엇보다 안산의 도시 발전 전략 수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되며, 다양한 선택에서 무엇을 가장 창의적으로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충분해야 함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안산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서한석.

 

▲서한석 안산대 경영학과 겸임교수/오픈 마인드 정책연구원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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