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銀, 여성 10명 중 9명이 '하위 직군'

금융 / 김혜리 / 2018-07-17 10: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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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정규직'으로 차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김혜리 기자=정규직의 형태이지만 임금과 처우 등에서 차별받는 하위 직군인 '2차 정규직' 비율에서 여전히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원자 성비 공개, 여성 임원 할당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권 성차별 채용 비리를 통해 본 남녀고용차별 개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우미 전국금융산업노조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여 행원제로 남녀차별이 있었다면 지금은 2차 정규직으로 남녀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정규직'이란 정규직이나 일반정규직과 차별을 둔 정규직 직원을 말한다. 은행마다 중규직·무기계약직·분리직군·하위직급 등으로 불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융노조)에 따르면 이같은 2차 정규직은 일반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60~80% 수준에다 별도의 승진 체계를 갖고 있다. 또 단순업무위주의 업무를 이행한다.

금융노조 측은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IBK기업은행 등 5대 은행에서 2차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중 여성 비율이 88.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위원장은 "은행들이 2차 정규직으로 차별을 제도화했다"며 "여성들이 처우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군에 집중되고 고임금 고위직을 남성이 독식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차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원자 성비 공개, 2차 정규직의 완전환 정규직화, 여성 임원 할당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강력한 처벌 가능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요구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드러난 금융권의 성차별적 채용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실체를 확인해 줬다"며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 보장'이라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 취지가 무색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채용과정에서 남성을 채용하기 위해 남성 지원자 100여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높게 조작했고, KEB하나은행은 최종합격자 성비를 남성 4: 여성 1로 정해놓고 진행했다. 

또 신한카드는 59대41이던 서류 지원자 남녀 비율을 서류전형 단계부 터 7대 3으로 정하고, 이후 면접전형 및 최종 선발 시까지 해당 비율이 유지되도록 관리했다. 

이용득 의원은 "고용상의 성차별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과거 '여 행원'과 '행원'을 분리해서 차별하던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2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노동 시장 내 성차별과 불평등이 제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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