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칼럼]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칼럼 / 송요훈 / 2024-05-09 19: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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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론인 송요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자성어를 남긴 탈주범 지강헌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나는 그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마지막 몇 시간을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지켜봤었다. 취재기자로 그 현장에 나도 있었다.

그때 지강헌은 이렇게 절규했었다.

나는 나쁜 놈이다. 가난해서 공부를 못 했고, 동네 불량배가 됐다. 무전취식을 하고 행패를 부리고 돈을 뜯고 나쁜 짓을 했다. 그래서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교도소에 가보니 세상은 더 엿 같더라. 내가 나쁜 짓을 해봐야 그 피해자는 고작 몇 명뿐이고 액수도 몇십만 원 정도인데, 경찰서에서도 교도소에도 법정에서도 인간 쓰레기 취급을 당했다.

그런데 뇌물 먹고 회사돈 횡령하고 세금 떼먹고 들어온 놈들은 액수도 수천만 원, 수억 원이고 피해자도 불특정 다수인데, 그놈들은 교도소에서도 황제 대접을 받더라. 

 

그게 더러워서, 억울해서, 그걸 알리고 싶어서 탈주했다.

무려 349억원짜리 은행잔고증명서를 위조하여 기소됐고, 죄질이 나빠 법정구속 됐던 대통령의 장모가 본인은 원치 않는데도 심사위원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가석방된다고 한다. 죄질이 나빠 고령에도 법정구속을 피할 수 없었던 그 장모님은 구치소에서도 특별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검사실에서 피의자들이 술판을 벌이고 진술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일본 정부가 일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지분을 찬탈하려 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선 후련한 한마디의 말이 없다.  

▲사진= 프레스뉴스 DB.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탈주범 지강헌을 생각했다. 

 

서울 법대를 나와 한량 같은 9수 시절을 거쳐 검사가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으나 세상을 이해하는 눈과 공감능력은 동네 술집을 돌며 행패를 부리고 삥을 뜯던 지강헌만도 못 하구나.

행여라도 윤 대통령이 이 글을 본다면, 자존심 건드렸다고 부들부들 떨지도 말고 검찰총장 연결하라 격노하지도 말고, 보통의 국민에 빙의하여 대통령 윤석열을 보기 바란다. 

 

보다가 입에서 쌍소리가 터져 나왔다면 공감능력이 있는 거다. 아니라면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개인의 무능은 죄가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러나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무능한 자가 자리를 차지하면 죄가 된다. 그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리더의 무능으로 인한 피해자가 되니까. 

 

하물며 대통령이야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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