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전 미완의 꿈, 오늘 완성되다... 목상고 학생 독립운동가 명예 졸업식 거행

광주/전남 / 강래성 기자 / 2025-08-29 14: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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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9년 항일시위 주도한 이재실·박사배 독립운동가에게 광복 80주년 맞아 명예졸업장 수여
- AI로 되살아난 졸업사와 타임캡슐 봉입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감동의 시간
▲명예 졸업 증서 수여식 사진/전남교육청 제공
[전남=프레스뉴스] 강래성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이자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목상고등학교(교장 최해룡)가 지난 27일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교내 인동관에서 '명예졸업식 및 타임캡슐 봉입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장선미 전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장, 문차복 목상고 총동문회장, 박용식 목포시의회 의원 등 주요 내외빈과 이재실 독립운동가의 아들 이광림 선생(74세), 박사배 독립운동가의 아들 박종건 선생(77세) 및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선친을 대신해 명예졸업장을 수령하기 위해 수백 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와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호응하여 항일독립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되어 학업을 마치지 못한 이재실·박사배 두 학생 독립운동가에게 96년 만에 명예 졸업 증서를 수여하는 감동적인 순간으로 시작됐다. 졸업 증서를 수여하는 순간 빛바랜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들이 AI 복원 기술을 통해 깔끔한 교복을 입은 생생한 모습으로 재현되자 참석자들로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행사의 백미는 AI 기술로 구현된 이재실 학생 독립운동가의 졸업사였다. "전남 진도에서 나고 자란 제가 빛나는 목상의 교표가 달린 모자를 처음으로 썼던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로 시작된 졸업사에서 그는 "1929년 11월 광주학생운동을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특히 "마침내 우리는 독립했습니다. 그날의 거리에 울려 퍼진 함성은 온 세상을 뒤흔드는 듯했습니다"라며 "그날의 감격은 아직도 제 가슴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살아 있습니다"라는 구절에서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재실 학생 독립운동가의 아들 이광림 선생은 "뒤늦게나마 학교의 이름으로 아버지를 다시 불러주시고, 그 뜻을 기억해 주시는 데 대해 가족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버지가 그 시절 마치지 못한 졸업을 이제서야 하게 된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목상고에서 다시 불린 아버지의 이름이 이곳 학생 여러분의 기억에도 오래 남기를 바란다"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명예졸업식에 이어 진행된 타임캡슐 봉입식에는 총 8종의 의미 있는 물품이 담겼다. 국가보훈부가 전국의 독립운동 역사와 정신이 서린 100개 학교만을 선정하여 추진하는 이 사업은 2045년 광복 100주년을 맞이할 후배들에게 광복의 의미와 대한민국의 역사, 보훈의 가치를 전하고자 기획되었다.

타임캡슐에 봉입된 물품들은 ▲독립선언서 ▲이재실·박사배 명예졸업증서 사본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목상 민주평화길』 USB ▲상업교육의 전통을 상징하는 주판과 타자기 미니어처 ▲목상의 역대 교표와 100주년 엠블럼 마그넷 ▲김대중 정신을 상징하는 인동초 씨앗 100개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다. 학생 대표들은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안의 물품들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목상의 정신'을 이어가는 증표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번 행사의 전 과정은 본교 학생자치회가 직접 추진하고 진행했으며, 최겸 학생자치회 회장과 송지윤 부회장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광복 8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이 자리의 주체가 바로 우리 학생들"임을 강조했다.

목상고는 김대중 대통령의 모교로서 '민주·평화·인권' 가치 교육을 중심축으로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과의 협력을 통한 전문가 특강, 학생 주도 역사 탐구 동아리의 『목상 민주평화길』 발간, 5·18 기념 교육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민주시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목상고는 앞으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항일 운동에 대한 진실 규명을 받았음에도 아직 공식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등재되지 못한 이재실 학생 독립운동가의 공훈록 등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해룡 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숭고한 정신과 선배 독립운동가들의 의로운 뜻을 계승하여, 목상고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자긍심을 갖고 더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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